2025년 7월의 독서
한 줄 소감 :
빌라에 대한 지식은 얻었지만, 마음을 움직이진 않는
이 책은 과거 경제 팟캐스트를 듣다가 얼핏 들었던 문장이 문득 기억나서 빌려보게 되었다. 그 문장이란, ‘사람들이 모두 서울 아파트를 갈구하는데, 현재 서울에 있는 역세권에 대다수 포진되어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빌라이며, 아파트에 비해 입지 대비 대단히 저렴한 가격에 거래된다’는 것이다. 지역구 도서관에서 빌라와 관련된 책을 검색해 보니 몇 권 되지 않았다. 그나마 읽을 만한 책이 이 책이지 싶어 빌려 읽어보았다.
이 책은 빌라를 투자 목적으로 생각하고 접근할 때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중점적으로 살펴봐야 할 사항이 뭐가 있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아파트에 비해 시세 파악이 힘들고 적정 가격이 얼마인지 가늠이 어려운 빌라 특성상, 어떤 기준으로 값을 계산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비교적 간단하게 설명해낸다.
최근 몇 년간 일명 빌라왕이라는 키워드로 전세 사기 사건이 이슈화되고 있다.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레버리지 삼아 연쇄적인 갭투자를 통해 계속해서 빌라를 매수하다가, 그 수많은 계약의 사슬 중 하나에 문제가 생길 경우 사슬로 엮인 모두의 인생을 피폐하게 만드는 사건들은 내 주변인들에게도 한 번씩 일어나거나 일어날 뻔하고 있다. 이 책에서도 저렴한 빌라를 매수하여 그 매수한 값보다 더 높은 전세보증금을 받아 일명 ‘플러스피’를 만들고, 그 플러스피로 다른 곳에 재투자하는 방식을 강력하게 추천하고 있다. 다른 나라에는 없는 대한민국의 전세제도는 일반인들의 현금흐름에 숨통을 트이게 해 주지만, 그 대가로 남에게 맡긴 거액의 전세금은 사인간 무이자부 금전소비대차 계약으로 기능하며 이런저런 사회경제적 현상들을 빚어내고 있다.
사실 이렇게 타인의 자금으로 투자와 사업을 이어가는 경우는 흔하다. 은행과 보험사만 봐도 고객의 예적금과 보험료를 가만히 놔두지 않고 플로트(float)로써 사용하여 이윤을 추구한다. 비용을 들이지 않고 조달한 자금은 누구라도 활용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는 (그 액수가 크면 클수록) 그만한 역량이 필요하다. 빌라왕으로 불렸으나 현재 잠적하거나 복역 중인 그들은 과연 역량이 있다고 생각하여 그 ‘플로팅 사업’을 시작했을까? 그리고 과연 나에게는 그런 역량이 있을까?
플러스피든 뭐든 간에 나 같은 성격의 소유자는 남의 돈을 가지고 재투자를 할 수 있을 리도 만무하거니와, 만에 하나 일이 틀어질 경우에 생기는 경제적•사법적 리스크를 감당할 자신도 없다. 나는 이 책을 읽고서도 그저 나와 내 가족이 깔고 앉아 살 수 있는 집 한 채면 충분하다는 생각뿐이었는데, 아무래도 나는 부동산 투자엔 젬병인가 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자산 증식은 주식이 훨씬 쉽고 편하게 느껴진다. 따라서 이 책을 읽으며 책의 내용에 내 마음이 동화되진 않았다.
그렇지만, 위와 같은 방식이 아닌, 위치 좋고 상태 좋은 빌라를 한 채 매수했다가 추후 실행될 수도 있는 재개발사업을 기대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읽을 만하다. 어쨌든 빌라 매수에 참고할 만한 내용들이 많이 실려있으니 말이다. 나로서도 전무했던 빌라 지식을 조금은 얻을 수 있는 기회였으니 나쁘지 않은 독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