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의 독서
한 줄 소감 :
그의 투자 방식엔 경계심이 들지만, 그의 투자 열정에는 경외심이 든다
지난 6월부터 대략 3개월 간 자격증 공부를 해오고 있었는데, 시험이 임박했던 8월에는 책을 읽고 싶어도 손을 댈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제 시험이 끝났으니 다시 원 없이 책을 읽을 수 있어 기쁘다. 안중근 선생님이 옥중에 쓰셨던 “일일부독서 구중생형극”은 정말 맞는 말이다. 지난달에 읽고 싶었으나 읽지 못했던 책들이 잔뜩 나를 기다리고 있다.
그 대열 속에 있던 책이 바로 이 책이다. 89세 할아버지가 현역으로 주식시장을 활보한다? 그것도 데이트레이딩으로? 심지어 80여 종목을 저글링하면서? 나는 데이트레이딩에는 관심이 없지만, 투자 주체의 범상치 않음으로 인해 좌고우면 하지 말고 일단 책을 읽어보기로 했다.
책의 저자는 후지모토 시게루라는 이름의 일본인이다. 그는 10대 후반에 처음 주식 거래를 경험했고, 이후 사업을 하다가 전환사채의 매력을 깨닫고 본격적으로 전업 투자를 시작했다. 수많은 글로벌 주가 폭락 사태를 뚫고 현재 약 180억의 자본을 굴리는 슈퍼 개미다.
저자의 투자 방식은 이렇다. 종목을 선정하는 대원칙은 가치투자와 거의 똑같다. 매출과 이익이 꾸준히 오르고 망하지 않을 것 같은 기업을 고르고서, 저평가되어 있을 때 천천히 매수한 다음 주가가 비싸지면 판다. 그러나, 저자는 이 과정에서 매일매일 일어나는 주가의 등락을 매우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즉, 가치투자자와 시게루 할아버지는 재무와 경영이 건전한 같은 기차에 탑승하는 것까지는 똑같지만, 가치투자자는 한 번 자리에 앉으면 웬만해선 일어나지 않는 반면 시게루 할아버지는 새벽부터 미국시장과 일본시장의 수많은 정보들을 듣고 차트와 거래량을 살펴가며 하루에도 몇 번이고 자리를 옮기는 것이다. 기차가 장기 우상향 코스를 주행하는 그 여정 속에서 일어나는 셀 수 없이 많은 덜컹거림을 모조리 이용해서 10원이라도 더 이익을 내겠다는, 대단히 호전적이고 호방한 투자방식을 구사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저자는 레버리지까지 적극적으로 권유한다. 그만큼 저자는 자신의 방식에 자신이 있고(그도 그럴 것이 70년 동안 이 방식으로 부를 일궈 왔으니 당연하다), 자신이 있는 만큼 본인이 휘두를 수 있는 가장 크고 무거운 검을 집어드는 것이리라.
저자는 과거 사업에서도 크게 성공한 이력이 있는 만큼, 기본적으로 도전적인 정신과 예리한 판단력을 갖춘 듯하다. 맞다고 판단되면 망설임 없이 실행하며,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주저 없이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본인의 인생 철학임을 저자는 책의 전반에 걸쳐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성향이 그의 투자방식과 굉장히 궁합이 잘 맞았을 거라고 본다.
무협지에는 수많은 문파와 무공이 등장하지만 모든 것을 초월하는 절대무공이라는 것은 없다. 이와 마찬가지로, 주식 투자 또한 수많은 투자방법이 존재하지만 무조건 돈을 버는 절대독존의 투자법은 없을 것이다. 나는 시게루 할아버지의 투자법을 구사할 수도 없고 따라 할 생각도 없지만, 그가 70년 간 하루도 빼먹지 않고 이어오고 있는 데일리 루틴들, 그리고 그 과정을 진심으로 즐기는 태도만큼은 닮고 싶다.
객장에서 수십 년의 세월로 본인을 인증한 사람은 워런 버핏을 포함하여 몇 되지 않는다. 이 자체만으로 시게루 할아버지는 위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