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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록의 요리노트』 독후감

2025년 11월의 독서

by 야간선비
한 줄 요약 :
다른 요리책을 읽기 전에 읽어야 할 요리책


『최강록의 요리노트』, 최강록 지음, 클, 2024


요리사가 방송에 나와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시작했던 지도 꽤나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그 열풍은 사그라들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각종 TV 프로그램과 유튜브를 수놓는 요리사들의 요리하는 모습, 그리고 그들이 내놓는 수려한 결과물에 우리들이 계속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음식은 우리 삶의 필수적인 요소여서, 그리고 더 나아가 '맛있는' 음식은 우리 일상을 풍요롭고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테마여서일 것이다.


나도 집에서 요리를 하지만, 사실 제대로 된 지식 없이 그저 감에 의존할 뿐이다. 머리를 긁적이며 이것저것을 한 데 집어넣고 이리저리 치덕대다가 우여곡절 끝에 결과물을 내놓는데, 그 맛은 항상 애매하기 일쑤다. 장모님의 요리 DNA를 물려받은 아내는 항상 맛난 음식을 만들어내지만 나는 그러질 못해서, 이 부족함을 채워보고자 도서관에서 이 책을 빌려보았다.


이 책은 이미 우리에게 친숙한 요리사 최강록이 쓴 것으로, 일반적인 요리책과는 사뭇 다르다. 여러 가지 요리법을 소개하는, 각종 사진과 조리순서가 담긴 요리책인 줄 알고 도서관에서 빌려보았지만 아니었다. 이 책은 본격적인 요리를 시작하기 전에 미리 알아두어야 할 요리의 기본 소양과 바탕을 소개하는 책이다. 쌀, 달걀, 채소, 고기, 생선, 육수, 기름, 소금과 설탕, 간장과 된장, 식초와 미림 등, 모든 요리의 근간이 되는 각종 재료의 과학적 특성은 무엇인지, 그리고 이것들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를 간단하게 설명해준다. 글을 짓기 전에 철자와 문법을 어느 정도 알고 있어야 하는 것처럼, 밥을 짓기 전에도 그 순서와 방법을 알고 있어야 제대로 된 밥을 지을 수 있다. 고로 이 책은 그냥 요리책이 아닌, 다른 요리책을 읽기 전에 읽어야 할 요리 기본서다.


항상 느끼는 바이지만 요리사들은 사실 수학자 내지 공학자에 가깝다. 각각의 재료가 가진 깊은 본질은 무엇인지, 어떤 재료들끼리 만나야 그 화학적 반응으로 감칠맛이 극대화되는지, 그 과정에서의 온도와 시간은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를 모두 계량하고 측정하여 자신만의 공식을 만든 뒤, 그 공식에 자신의 이름을 내걸어 요리로서 세상에 내보이는 것이 요리사다. 그들이 주방 구석에서 얼마나 치열한 고민을 하는지, 단순한 쌀밥을 지을 때도 얼마나 치밀하게 계산하는지를 보면 존경심이 든다. 이러한 요리사의 고민과 계산을 일반 대중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쓴 책이 바로 이 책이다. 밥솥에 밥을 올려두고 시간이 남을 때, 칙칙거리며 구수하고 정겨운 김을 조금씩 뿜어내는 밥솥 옆에 앉아 이 책을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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