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주독야독

『지속가능한 나이듦』 독후감

2025년 2월의 독서

by 야간선비
『지속가능한 나이듦』, 정희원 지음, 두리반, 2021
○ 나이 40이 되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하듯, 나이 60~80이 되면 자신의 만성질환에 책임을 져야 한다.
○ 단순당&정제곡물을 먹지 말고, 간헐적 단식을 실시하자.
○ 뭘 자꾸 하려고 하지 말고, 덜어내라. 더해야 할 것은 오직 운동, 잠, 명상뿐이다.
○ 가끔씩의 침체와 후퇴를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돌아갈 수 있는 좋은 습관이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 성공적인 저속노화는 인생의 모든 영역을 골고루 관리하는 것인즉, '과락' 없는 인생이 성공한 인생이다.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의사 정희원 교수는 몇 년 전부터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는 아주 핫하신 분이다. '노년의 아이돌'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올바른 나이듦에 대해 다양한 채널을 통해 끊임없이 설명 및 설파해오고 있다. 이 책은 정희원 교수가 해오고 있는 왕성한 저작활동의 비교적 초반부에 출간된 책이다.


노화란 무엇인가? 노화는 유전자환경시간이 상호작용하여 생기는 신체구조 및 기능의 변화라고 설명한다.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여러 신체기능들을 관리해야 하는데, 각 심신의 기능들이 최소한의 문턱값보다는 나은 기능을 유지해야 한다. 이러한 노후 준비는 미래를 위한 장기투자이기에 '얼마나 일찍 미리 준비해 왔느냐'에 따라 그 성과는 확연히 달라진다. 돈을 가지고 하는 투자와 마찬가지로, 건강한 노후 또한 '충분한 시간을 먹이는 일'이기 때문이다. 나중에 나이 먹고 아프다고 그때부터 건강관리를 시작해 봤자 이미 늦었다는 소리다.


저자는 인간의 평균수명이 계속 늘어난다는 장밋빛 가정에 회의를 제기한다. 현대인들의 생활습관이 너무 엉망이기 때문이다. 이미 60대에 접어든 베이비부머 세대는 운 좋게도 생활방식과 사회인프라의 발전단계의 아귀가 잘 들어맞아서, 유소년기에는 왕성한 신체활동을 해왔으며 중장년기에는 발전된 의학기술과 의료 및 복지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되었지만, 그 이후의 세대들은 어렸을 때부터 신체활동이 턱없이 부족하고 각종 당류와 불량식품에 노출되어 온 탓에 그 기대여명이 지금보다 길어지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정을 토대로 지금 20~30대의 미래를 넌지시 내다보자. 젊을 때는 젊음으로 버티지만 나이가 들게 되면 내 나이 또래의 사람들의 건강 및 생활수준의 격차가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될 것이라는 걸 쉽게 예측해 볼 수 있다. 역시, 강한 자가 살아남는다기보다는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며, 끝까지 가 봐야 알게 된다. 나이듦이란 그런 것이다. 카라멜 마끼야또가 아닌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사람만이 나중에 웃게 되어 있다. 이 책에서 말하듯, 모든 것은 양약고구良藥苦口이므로.


현대사회의 의료체계에 있어, 분과 및 전문의 제도는 다양한 만성질환을 가진 노인들의질병 치료를 섬세하게 해결해주지 못한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무릇 다병한 노인을 들여다볼 적에는 간병 가능한 가족이 있는지 여부, 현재의 신체기능, 정서와 기분, 영양상태, 복지시스템 등을 전부 고려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게 가능하겠는가? 노인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점은 이미 예측의 수준을 넘고 기정사실화의 단계마저 넘어 다른 선택지는 없는 단 하나의 예비된 운명이 되었는데, 그 어떤 의사가 나 하나를 붙잡고서 시간을 들여 내 인생 전반을 들여다보아주겠는가. 이러한 현실을 미루어보았을 때, 개인적 차원에서는 안 아픈 것이 최고이며, 더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절대 아프지 말아야 한다. 아프면 큰일 나는 시대가 오고 있다. 노인인구의 급증과 함께 노노老老 간병이 흔해지고 있는 이 시대에, 다병장수의 저주가 현실이 된 미래사회에서는 정말로 병원의 침상이 부족해 치료를 받지 못하고서 방 안 침대에 누워 죽을 날만을 기다리는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책의 마지막 장에서는 노화를 맞이한 대한민국 사회에 대한 저자의 생각들이 담겨 있다. 저자는 각종 법상法上의 노인연령의 기준을 현행 65세에서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정치적으로 대단히 예민한 문제라 변화가 매우 어렵다. 하지만, 단백체 발현의 시기(약 77세) 및 요즘의 노년층의 왕성한 활력 등을 고려하였을 때 65세를 노인으로 규정하기엔 사회적으로도 그렇고 개개인의 인식과도 부합하지 않는다. 저자는 노인연령을 아주 점진적이고도 빈번하게 높이면 되지 않을까(예를 들어 3개월마다 노인연령을 아주 조금씩 높이는 것이다)라는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그렇게 하면 모든 세대에서 조금씩만 양보를 하면 된다는 것이다. 꽤나 흥미로운 주장이다. 이러한 내용과 더불어, 중위연령이 높아짐으로 인해 취업과 결혼과 출산이 늦어지는 현실, 2035년쯤 되면 현재 왕성히 활동 중인 중장년층과 노년층이 전부 노쇠를 안고 살게 됨에 따라 경제활동 인구가 줄어들고 서울에 빈집이 서서히 생기게 될 것이라는 예측, 상대방의 나이만을 보고서 모든 것을 예단하고 선입견을 부여하는 연령주의에 대한 경계 등 다양한 사회분야가 동시에 떠안고 있는 '노화'라는 과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비슷한 내용의 책을 여러 권 펴낸 바 있다. 그 책들 모두 노화, 질병, 고령사회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서술한 책들이지만, 이 책은 '의사로서의 저자'가 작성했다는 쪽에 무게중심이 실려있는 듯하다. 이미 같은 저자의 다른 책을 읽어본 나로서는, 이 책보다는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지속 가능한 나이듦』 이후에 출판된 책이다)가 좀 더 읽기 쉬웠고 내용이 잘 와닿았으며 생활태도를 직접적으로 변화시킬 만한 동기부여가 되어주었다. 며칠 전 서점에 가서 같은 저자가 펴낸 여러 책들의 목차를 쭉 훑어보았는데, 내용이 많이 겹친다. 따라서, 저자의 여러 책들 중 굳이 한 권의 책을 꼽자면『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를 선택하겠다.


건강, 돈, 가족, 일, 취미 등등 삶의 모든 영역에 과락이 없어야 한다. 돈이 아무리 많다 한들, 가정이 파탄 났다거나 비만으로 인해 엉망이 되어버린 체형으로 성인병을 달고 산다면 그 인생 고달프기 그지없다. 인생을 산술평균 내지도 말 것이며, 멋대로 가중평균 내지도 말지어다. 내 삶을 이루는 모든 면면들을 정원 가꾸듯 잘 보살피자. 삶은 경주race가 아니라 순례길pilgrimage이라 하였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2025년 1월의 독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