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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속노화 식사법』 독후감

2025년 2월의 독서

by 야간선비
한 줄 소감 :
저속노화 습관, ‘말이야 쉽지’라고 생각했으나 실제로 해보니 ‘말처럼 쉽다’


『저속노화 식사법』, 정희원 지음, 테이스트북스, 2024


몇 주 전에 읽은 ‘지속가능한 나이듦’에 이어 정희원 교수의 책을 한 권 더 찾아 읽어보았다. 이번 책의 주제 역시 건강이며, 특히 올바르고 건강하게 나이 드는 법에 대한 내용인데,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번엔 식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책 내용을 내 나름대로 무식하게 정리했는데, 사실 이미 남녀노소 모두가 알고 있는 내용이다.


1. 흰쌀밥 대신 잡곡밥을 먹어라(특히 콩! 특히 렌틸콩!)
2. 붉은 고기를 줄이고 흰 고기를 먹어라.
3. 견과류를 매일 한 줌씩 먹어라.
4. 베리류 과일을 먹어라(블루베리 등).
5. 요리할 때 올리브오일을 사용하라.
6. 영양제 먹지 말고 과일과 채소를 먹어라(주스 만들어먹는답시고 갈아먹지 말고 씹어먹어라).
7. 간헐적 단식을 시도해 보라.
8. 운동하라(근육이 미래다!).
9. 담배 피우지 말고 술 마시지 마라(술을 마실 거면 와인 한두 잔이 적당한데, 그렇게만 마시고 다음 잔을 참는 것이 더 어려우니 아예 마시질 말아라).
10. 잠을 잘 자라.
11. 스트레스 많이 받지 말아라.

위 11가지 정도로 압축해 볼 수 있는 사항들에 대해 자세한 의학 지식을 곁들여가며 설명해 준다.


나는 아내 덕에 간헐적 단식(마지막 저녁식사 후 16시간 공복 유지), 공복 유산소 등을 몇 개월 째 나름 꾸준히 유지 중인데, 이제 습관이 되었다고 할 만큼 궤도에 올랐다. ‘착하게 살아야 한다’에 버금갈 정도로 이론적이고도 이상적인 교리에 불과하다고 여겨질 수도 있는 책의 내용들을 나는 아내 덕에 이미 몇 가지 실천해오고 있었던 셈인데, 정말 눈에 띄게 삶의 질이 좋아졌다. 간헐적 단식과 공복유산소를 통해 몸무게는 80kg에서 73kg로 줄어들었으며(사실 나는 격렬한 근력운동을 통한 벌크업이 목표이나, 육아로 인한 수면부족과 운동시간 부족으로 살이 의도치 않게 쭉쭉 빠지고 있는 것도 한몫했다), 흰쌀밥과 같은 단순당 형태의 탄수화물 섭취량을 최대한 줄이고 초식동물처럼 풀을 많이 먹으려는 노력으로 혈당 수직낙하 제거 및 원활한 소화능력을 경험하고 있다. 그토록 좋아했던 술도 명절이나 회식이 아닌 이상 일체 마시지 않는다. ‘말이야 쉽지’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실제로 해보니, ‘말처럼 쉽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면 된다. 그뿐이다.


다만, 책의 저자인 정희원 교수의 다른 저서들을 이미 읽어보았다면, 이 책의 내용 역시 전작들과 많이 겹친다. 따라서 나는 정희원 교수의 여러 저서 중 한 권을 고르라면 이 책보다는 역시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를 고르겠다.



○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삶의 비결은 단순하다. 적당히 충분한 신체활동, 다양한 천연 식재료를 이용한 균형 잡힌 식사, 적당한 스트레스, 적당한 대인관계, 적절한 수면, 적정 체중. 삶의 꼭짓점을 이루는 많은 요소들이 중용을 지키는 상태.

○ 팔다리는 가늘어지고 배는 나오는 체형은 코르티솔 과잉 상태 때문이다. 특히 수면 습관이 중요하다. 수면 부족은 상시 코르티솔이 높은 상태를 만들고, 이는 다시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을 만든다. 따라서 잠이 부족하면 대사적 건강 상태가 악화되고, 건강하게 먹어도 근육은 없어지고 배만 나온다. 이에 더해, 스트레스 상황에서 편도체가 활성화되고 전두엽의 자제력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몸에 안 좋은 음식들이 당기게 된다.

○ 초가공식품이 만든 혈당 피크는 인슐린의 과도한 분비를 유발한다. 이로 인해 피크를 찍은 혈당이 수직낙하하게 된다. 인슐린이 뿜어져 나오는 몸은 포도당을 지방으로 저장하게 되는데, 이렇게 늘어난 복부 지방과 내장지방은 만성염증을 만들고, 식욕을 낮추고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들의 분비를 억제한다.

○ 정제곡물인 흰쌀밥만 먹을 경우 상당량의 단순당 덩어리를 섭취하는 것과 비슷하다. 점심에 흰쌀밥을 먹고 나면 졸리게 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흰쌀밥을 많이 먹으면 ET체형이 되고, 혈당은 롤러코스터를 타게 되며, 노화를 가속하는 인슐린과 엠토르가 활성화된다.

○ 콩, 특히 렌틸콩은 정말 좋다. 그리고 요즘 흔히들 먹는 단백질파우더 대신에 분리대두단백 가루를 물에 타서 먹으면 좋다.

○ 격한 근력운동을 반복하며 근육량을 빠르게 늘리려는 사람의 경우 근력운동 직후 흰빵이나 흰쌀밥을 먹는 것이 도움이 된다. 혈당이 웬만해선 오르지 않고 근육의 글리코겐을 복구하는데 도움이 된다.

○ 들기름이나 참기름과 같은 씨앗 기름은 산화 과정에서 트랜스지방이 생성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가열이 필요한 요리에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근데 식단 자체가 건강하다면 씨앗기름 가열 정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 단순당과 정제곡물을 좋아하는 요즘 사람들. 이런 식습관으로 대사 균형이 깨지고 인슐린 저항성이 생겨서 ET체형이 되는데, 이건 또 싫으니 근육을 만들겠답시고 권장 단백질 섭취량 이상을 먹고 있다. 단순당과 정제곡물을 계속 섭취하면서 근손실이 생기는 것을 더 많은 고기나 보충제 섭취를 통해 아미노산과 류신을 공급하는 식으로 해결하려 한다면, 인슐린 저항성은 더욱 악화되고 노화는 가속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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