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의 독서
한 줄 소감 :
'관등성명'이 아닌 오직 '성명'만으로 살아갈 때 비로소 새 시대의 일원이 된다
이 책은 『시대예보 : 핵개인의 시대 』의 저자 송길영의 후속작이다. 전작 『시대예보 : 핵개인의 시대 』에서 저자는 국가, 결혼, 가족 등 모든 단위들이 더욱더 잘게 쪼개져서 결국 모든 이들이 핵개인화되는 시류, 그리고 이와 더불어 인공지능의 발전에 따른 기업의 업무방식과 채용방식의 변화,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지고 있는 가족 문화와 개인 일상 등에 대해 흥미롭게 설명한 바 있다.
『시대예보 : 호명사회』는 이러한 핵개인화를 전제로, 앞으로 우리 사회는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그리고 개인은 그 변화의 방향을 어떠한 방법으로 좇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설명한다. 저자의 서술 스타일은 '우리 사회는 이러이러하게 되어야 한다'가 아니라 '우리 사회는 앞으로 이러이러하게 변한다'라는 식인데, 자신의 생각을 주장한다기보다는 책 제목처럼 마치 날씨를 예보하듯이 앞으로 다가올 시류를 담담히 예견하는 듯한 문체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일단 흥미롭다. 저자는 육아, 결혼, 회사생활, 고용 불안정, 인공지능, 취미, 각종 사회현상 등 여러 분야에서 관측되는 정보들을 이용해서 최종적으로 '호명사회'라는 미래사회를 예견한다. 물론 이것은 '앞으로 반드시 이렇게 될 것이다'와 같은 예언이 아니라, '현 사회의 문화와 개인의 사고방식이 이러하니 우리 사회는 이러한 방향으로 변화해야 새롭고도 올바른 사회가 될 것이다'라는 저자의 생각이다.
'호명사회'라는 것은 너 나 우리 모두 각자의 이름만으로 온전히 존재할 수 있게 되는 사회를 말한다. 나의 소속과 직급이 무엇인지, 회사와 가족 내에서 맡고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 내 연봉이 얼마인지, 내 부모는 누구고 자식은 누구인지 등을 모두 떠나서,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를 토대로 나만의 서사를 하루하루 착실히 쌓아 올려 종국에는 나만의 아카이브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며, 이렇게 살아갈 때 비로소 핵개인들은 서로가 동등하고 대등한 하나의 작은 완결체로서 상호작용하며 살아갈 수 있게 된다는 이야기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 말한 봉준호 감독의 정신과도 맞닿아 있다.
우리는 인류 역사 이래 가장 스마트한 사회이자 가장 혼란스러운 사회에 살고 있다. 온갖 정보들과 예측들이 과도하게 넘쳐나고, 경쟁은 끝이 없고, 모든 것을 잘 해내야만 할 것 같다. 이 소용돌이 속에서 수많은 이들이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그저 표류한다. 내가 지금 잘 살아가고 있는 걸까? 남들에 비해 뒤처지는 것은 아닐까? 난 대체 뭘 하면서 살아왔던 거지? 난 누구지? 이러한 질문들에 숨이 막힐 때, 『시대예보』시리즈를 읽어보자.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지 말라. 나만의 서사書史로 내 이름 석 자를 브랜드화하여, 나 혼자만으로 하나의 완결된 조직으로서 당당히 존재하는 것만이 길이다. 관등성명을 대지 말고 성명을 대라. 내 이름만으로 나 스스로가 나를 납득할 수 있도록 살아라. 명함에 소속과 직급은 빼고 내 이름 석자만 박아 넣어도 충분하도록. 또한 동시에, 상대를 바라볼 때에도 소속과 직급이 아닌 이름을 보아라. 대등한 협력 관계로서 서로가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호명사회가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