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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ARON Feb 11. 2018

외국이 좋아서가 아니라, 한국이 싫어서

장강명, 「한국이 싫어서」를 읽고 쓰다

이미지 출처: 리디북스


우리나라를 떠나 해외로 나가는 청년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그 누군가가 바랐던 것처럼 모두 중동에 가버린 것은 아니고, 흔히 얘기하는 '탈조선'이다.
그들은 왜 이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떠나 타국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려 하는 걸까.


장강명의 소설 '한국이 싫어서'의 주인공 계나도 호주로 탈출한 청년 중 한 사람이다.
한국에서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남들같이 그런저런 회사에 취직해서, 남들같이 힘든 출퇴근과 업무에 시달리고, 어디 내놓기 부끄럽지 않은 남자친구도 있는, 그런 '평범한' 한국의 20대 여자. 평범하다고 하기에 너무나 상황이 좋아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원래 평범한 게 제일 어려운 법이다.

그런 계나가 한국을 떠난 이유는 단순하다. '한국이 싫어서', '여기서는 못 살겠어서'.


누군가는 '우리나라가 얼마나 살기 좋은 나란데! 외국 나가서 고생해봐야 우리나라 좋은 줄 알지 쯧쯧'이라고 혀를 찰 수도 있다.
빛나는 한강의 기적으로 세계 11위의 국민총생산량을 이룩한 경제 대국이자, 한류를 세계로 수출하는 문화 대국, 사계절이 뚜렷하여 철마다 변하는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제철 음식을 누릴 수 있는 이 나라를 떠날 이유가 과연 어디에 있단 말인가?


우리나라에서 살아남는 것이 범죄 많고 위험하기로 소문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사는 것과 비슷하다는 소리를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만약 자살을 '사회적 타살'로 본다면, 남아공에서 일어나는 살인 범죄율보다 우리나라 자살률이 더 높다는 것이다.
문득 생각나서 통계자료를 살펴봤는데, 그게 아주 근거없는 우스갯소리가 아니었다는 것이 더 놀라웠다.
2011년 당시, 남아공에서는 인구 10만 명 당 31.9명이 살인범죄의 피해자가 되었는데, 우리나라는 10만 명 당 31.7명이 자살로 목숨을 잃었다. (물론 그때에 비해 지금은 자살률이 많이 감소하기는 했다)

자살을 사회적 타살로 보는 관점에는 여러 가지 의견이 있을 수 있겠으나, 개인적으로 자살 사유의 대부분은 사회적 안전망 확충으로 막을 수 있는 것이라 본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는 말 그대로 '생명의 위협'을 우리에게 늘상 가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단지 위협을 받는 이들이 그에 너무나 익숙해진 나머지 자각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케네디의 말처럼 국가가 우리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묻지 말고, 우리가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물어야 하는 것일까.
책 속에서 계나는 이렇게 얘기한다.
"나더러 왜 조국을 사랑하지 않느냐고 하던데, 조국도 나를 사랑하지 않았거든. 솔직히 나라는 존재에 무관심했잖아? 나라가 나를 먹여 주고 입혀 주고 지켜 줬다고 하는데, 나도 법 지키고 교육받고 세금 내고 할 건 다 했어."
내가 태어난 나라, 먹여주고 입혀주고 날 지켜주는 나의 조국을 지탱하기 위해 꼬박꼬박 세금을 내고,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고, 세뇌에 가까운 의무교육을 받는다.
이렇게 우리는 국가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 왔는데, 이제껏 우리나라가 자국민을 대해 온 태도는 영 시원찮다. 대한민국 근현대사에 가득 찬 비극들의 원인 대부분은 국가로 귀결된다.


태어난 나라를 떠나는 청년들을 안타까워하고, 조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이들은 이렇게 얘기할지 모른다.
"사람 사는 게 다 똑같지, 호주나 캐나다로 도망가면 뭐 다를 것 같아? 극복해보려고 하지도 않고 그렇게 나약하게 도망만 다녀서 어떻게 하겠다는거야?"

그 사람들에게 수많은 '계나들'을 대신하여 말해주고 싶다.
그들은 '외국이 좋아서' 떠나는 게 아니라, '한국이 싫어서' 떠나는 거라고. '국가'라는 존재가 가하는 생명의 위협을 버티지 못해 도망가는 거라고.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사자를 피해 도망가는 가젤을 욕할 수 없는 것처럼, 우리가 그들을 욕할 수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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