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비빔밥 해 먹을까. 오늘 나물 무쳤는데 넉넉하게 했어.'
'그럼 제가 계란 프라이 해갈게요'
-밥은 제가 가져갈게요.
주말 동안 잠잠했던 카톡방에 활기가 돌았다. 월요일 '출근' 걱정보다 '맛있는 점심'이 더 기대됐다. 마음선생님은 가끔 '상추가 많이 생겼으니 내일 점심때 같이 먹자.'라던가, '오늘 시장에서 맛있는 족발 샀는데 같이 먹자'라며 점심 식사 멤버들을 챙겼다.
넉넉한 쇼핑백에서 넓적한 양푼이 나오자 너도 나도 웃음이 터졌다. 밥 비벼먹기 딱 좋은 사이즈다. 나물 서너 가지와 흰 밥 두어 공기가 곧바로 투척됐다. 마음선생님이 직접 만든 특제 쌈장을 넣고 부지런히 움직이는 마음선생님의 손 위로, 계란프라이와 참기름이 더해졌다. 작고 야무지게 생긴 마음선생님의 손은, 손만 봐도 일 잘하게 생긴 손이었다.
-와 진짜 일 잘하게 생긴 손이다.
"응?"
-이렇게 손이 작고, 손가락이 짧은 손을 보고 일 잘하게 생겼다고 하잖아요. 나도 처음 보는 것 같은데 일 잘하게 생긴 손은 진짜 이렇게 생겼구나.
"아유~ 그러지 마. 일이라면 징글징글하다야."
실제로 마음선생님은 부지런하고 손 끝이 야무졌다. 벌써 수년 전 일이겠지만 병원에서 일했으면 주사도 잘 놓고 처치도 잘했을 것 같았다. 잘 섞이고 있는 비빔밥을 잠자코 보고 있자니 금방 다 비벼졌다. 먹기도 전에 볼이 얼얼한 정도로 양 쪽 침샘에서 침이 쫙 분비됐다. 입 안 가득 비빔밥 한 숟가락을 입에 넣고 어금니 맨 안 쪽부터 차근차근 씹을 생각이 간절했다. 우리는 양푼이 비빔밥을 먹으며 '밥정'을 쌓았다.
사무실 구석 자리에 각각 위치한 마음선생님 자리와 내 자리는 꽤 멀었다. 일부러 찾지 않는 한, 하루 종일 같은 사무실에서 일해도 마주칠 일이 없었다. 그래도 이상하지 않을 자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선생님은 매일 아침 내 자리에 와서 안부를 챙겼다. 사업 인력이 다 빠지고 나 혼자 남게 된 후부터는 근무 중에도 틈틈이 들렀다.
"주말은 잘 보냈어?"
"오늘 점심 어디서 먹을까?"
"오늘 저녁에 애들 뭐 먹일 거야?"
사소한 일상 언어를 주고받으며 나는 마음선생님께 많이 의지했다. 책상 네 개를 서로 마주 보고 앉는 이 자리에 나 혼자 몇 달째 있다.
조금 떨어진 건너편 자리에 팀장을 비롯한 직원 3명이 더 있었지만 일부러 가지 않는 한, 갈 일이 없었다. 할 말도 없다. 걸음으로 몇 발자국 안 되는 자리지만 팀장은 일방적으로 쪽지로 전달사항이나 지시사항을 알렸다. 나머지 직원들도 인력이 여유가 있고 사업이 잘 될 때는 가벼운 농담도 주고받았는데, 사업인력이 줄면서 우리 업무가 본인들 업무에 가중되지 않을까 모른 척했다. 각자의 사정이야 있겠지만 서로 자기 업무가 더 힘들다고 했다.
구석진 내 자리를 일부러 찾아오는 마음선생님이 나는 내심 반갑고 고마웠다. 남동생만 있는 나에게 친정 언니가 있다면 마음선생님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