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사랑이 아니면

[7대 죄악] 색욕

by 니나
색욕 (Lust)
사전적 의미: 성적인 쾌락이나 욕망에 지나치게 빠지는 일.
감정적 해석: 사랑이라기보단 ‘갖고 싶은 것’으로 상대를 본다.
관계보다는 충족이 먼저다.


그의 웃는 얼굴이 생각나서 혼자 미소짓고,

나지막한 그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고,

멍하니 그와의 스킨십을 상상하다 지레 놀라서 이불을 발로 뻥뻥 차던.

이게 사랑이 아니면 뭘까?


몽글몽글하면서 풋풋한 예쁜 사랑.

모두가 꿈꾸는 이 예쁜 사랑의 감정은 때로 잘못된 방향으로 익어버리기도 한다.

상대를 바라보는 눈길에서 존중보다 소유가, 애정보다 집착이 묻어나기 시작하면, 사랑은 어느새 사랑이 아닌 소유욕 즉 색욕의 영역으로 가버린다.


색욕이란 단어만 들었을 때는 일상 생활이 가능한가 싶을 정도로 자극적이고 격정적인 감정으로 보일 수 있지만 사실 현실의 색욕은 자극적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느리지만 서서히, 은밀하게 스며드는 감정.


그냥 괜찮다 여겼던 사람이 어느날 갑자기 유난히 예뻐 보이고, 말투와 센스가 마음에 들어오고, 내 사람에게 잘하는 모습에 호감이 깊어진다.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마음 한편에서 ‘더 가까이, 더 내 쪽으로’라는 미세한 소유욕이 고개를 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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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은 여자친구가 있는 사람이 내게 호감을 보였다.

연인이 바빠서 소원해졌다며 서운해하는 그와 나는 함께 밥을 먹기도 하고 소소하게 연락도 주고 받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가 나에게 '좋아한다'고 말했을 때, 이러면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마음이 흔들렸다.

그러나 그의 연인이 다시 여유를 찾자 그는 나와의 연락을 곤란해하며 모조리 차단했다.


애초에 내 사람이 아니었던 거지.

그저 심심해서, 외로워서, 나를 만났다는 걸 깨달았음에도, 그를 되찾고 싶은 마음이 울컥 올라와 한동안 괴로웠다.

이후로는 관계가 정리된-최소 석 달-사람과만 시작하기로 다짐했다.


반대로, 어떻게든 내게 맞추려 애쓰던 사람이 있었다.

내가 원하는 곳에 데려가주고,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로 옷을 입고, 내가 좋다고 하면 뭐든 좋다고 했다.

좋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 이상의 끌림이 생기지 않아서 거절했다.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고 그가 좋은 사람을 만났다는 소식을 듣고서야 비로소 안도했다.

동시에, '내가 좋다고 했으면서'라며 배신감이 올라와 스스로가 너무 못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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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색욕은 단순한 육체적 욕구만이 아니다.

'곁에 두고 싶은 내 것'이라는 소유의 의지까지 포함한다.


선을 지키지 못하면 사랑은 폭력이 된다.

‘사랑한다’는 말로, 상대의 괴로움에는 아랑곳 없이 일방적으로 뿜어내는 애정.

상대의 집 앞을 배회하고, 원치 않는 연락과 만남을 강요하는 것.

너가 없인 안 된다는 말로 포장해도 그 속은 말 그대로 폭력일 뿐인 것이다.


색욕은 무조건 숨기고 부끄러워할 감정은 아니지만, 항상 조심하며 돌아보고 지켜보아야 한다.

나의 이 감정은 존중인가, 소유인가?


당신의 사랑은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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