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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로스마미 김여사 Jan 06. 2019

참기 힘든 허기짐

문득 창밖을 바라보다가..

 학교에 다닐 때 나 직장에서 일을 할 때는 일과 중에 배가 고파도 점심시간이나 저녁시간이 될 때 까지 참아야만 했다. 강제적으로 점심시간은 지킬 수밖에 없었기에 그 시간까지 배가 고파도 참으며 공부를 하거나 일을 했다. 하지만 휴직을 한 뒤 3년쯤 지난 지금 밥을 먹기 위한 시간까지 배고픔을 견디지 않는다. 허기짐이 느껴지면 밥을 먹거나 라면이라도 바로 끓여 먹는다. 허기짐을 느낄 시간이 거의 없다.


 첫아이를 임신했을 때 일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닭개장이 너무 먹고 싶었다. 근무 시간 중이었고 점심시간이 된들 근처에 닭개장을 사 먹을 수 있는 곳이 없었기에 일을 마치는 시간까지 기다렸다가 저녁에 집에 가서 해 먹어야했는데 그 시간이 왜이리 길고 더딘지. 임신을 하고 먹고 싶은 것을 바로 먹을 수 없는 현실이 서러워 사무실에서 눈물을 훔친 적이 있다. 어린아이처럼 먹는 걸로 눈물을 훔치다니 아마 임신 호르몬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직장생활을 할 때는 정해진 점심시간까지 참아야 하는 허기짐을 견뎌냈기에 밥을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었고, 가끔은 폭식을 하더라도 몸무게가 유지 됐던 것이 아닐까 싶다. 허기짐을 참지 않아도 되는 요즘은 가끔 폭식을 하면 그대로 몸무게가 늘고 뱃살이 두꺼워 지는 것을 보며 허기짐의 생활이 꼭 서러운 삶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견디기. 하고 싶지만 할 수 없는 상황이 있고, 그때까지 기다리거나 노력해야 하는 시간. 때로는 힘들고 고통스러워 당장 때려치우고 싶은 순간도 견뎌야 할 때가 있다. 하지만 일단 견디고 나면 그 순간이 아무것도 아니었음을 깨달을 때가 있고, 때로는 그 견딤 덕분에 꿀 같은 인생을 맛볼 수 있는 것은 아닐까? 허기짐을 견뎠던 덕분에 가끔의 폭식에도 몸무게를 유지할 수 있는 것처럼, 견뎠기 때문에 또 다른 시련이 와도 망가지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결핍 같던 허기짐이 오히려 약이 되는 순간임을 깨닫고 지금 조금 힘들고 지치더라도 조금 더 견뎌보려 한다. 나의 상황이 견딜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이것을 견뎌내고 난 뒤에 더 많이 채울 수 있음을 이제는 안다.


 견디는 시간이 때로는 설렘 일 수도 있다. 12시가 되면 확실히 점심을 먹을 수 있는 것처럼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확신만 있다면 이정도 결핍 따위는 그 순간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된다. 그 설렘에 기꺼이 결핍을 견딜 수 있는 지경에 이르도록 꿈을 더 강하게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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