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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유진 Sep 11. 2024

여름, 더위

이천이십사년 팔월 십일

제목 없음.

제목 없는 글이 늘어만 간다. 화면을 켜고 타자를 친다. 몇 줄 쓰고는 다시 닫아버린다.


봄과 가을이 좋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특별히 싫어하는 계절은 없었다. 하지만 겨울이 오면 손이 너무 차가워서 여름이 더 나은 것 같다고 말하고는 한다. 추위는 못 참겠지만 더위는 참을 수 있었거든. 분명 작년까지는. 올해 여름이 유독 더운 건지 그 어느 때보다 뜨겁고 땀 흘리는 여름을 보내는 중이다. 갈수록 지구는 뜨거워지고 여름 더위를 실감하는 나날들이 늘어만 간다.

덥기만 한 나의 작은방. 선풍기 하나로 여름을 버티기엔 나약한 인간. 작년에는 선풍기 하나로도 거뜬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요, 못 버티겠어요. 너무 더워요.


에어컨이 있는 집이면 좋겠다. 물론 에어컨이 있어도 맘껏 에어컨을 틀어놓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여름 더위가 이렇게 무서운 건지 온몸으로 느끼는 중이다. 에어컨 하나 사야 하나 고민이다. 이번 여름은 얼마나 길지 가늠이 안된다. 어서 빨리 가을이 오면 좋겠다.


봄에는 벚꽃을 보고, 가을에는 단풍을 보고, 여름과 겨울에는 어디로든 훌쩍 여행을 떠나는 게 삶의 낙이라면 낙이다. 운이 좋게도 나의 엄마 아빠는 어릴 때부터 여기저기 전국 방방곡곡 어린 나와 동생들을 데리고 여행을 데려가 줬다. 매년 1월 1일 새해가 밝아오는 날에는 새해 일출을 보러 떠나는 게 우리 가족의 행사다. 이런 가정환경이 자랑스럽고 좋다.


혼자 하루를 보내는 주말. 영화와 드라마를 봤다. 신기하게도 일본 여행 전에는 그 어떤 콘텐츠를 봐도 재미가 없었는데, 여행 이후로는 재미없다고 느껴지는 콘텐츠보다 재밌는 작품이 많다고 느끼는 중이다. 기분에 따라 콘텐츠를 바라보는 시선과 감정이 달라지는 걸까.


흔히 일반 사람들이 선호하는 작품들을 많이 보지 못했다. 우연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남들 다보는 작품보다는 남들이 안 보는 작품 위주로 소비해왔다. 인기 있는 드라마나 영화보다 인기 없는 드라마 영화를 더 많이 봤다는 말이다. 그래서 남들이 다 본 작품을 보려고 노력하는 중인데 쉽지 않다. 막상 손이 안 간다.

다른 사람들이 꺼내는 작품 이야기에 끼어들지 못하는 이유다. 저는 그 작품을 보지 못했어요.


말을 잘하고 싶다. 말주변이 좋았다면 얼마나 살아가는 게 편했을까. 존경하고 좋아하는 사람들 앞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리드하며 재미가 있는 사람이고 싶다는 생각을 매 순간한다. 편한 사람, 나의 말에 리액션을 잘해주는 사람들 앞에서는 그래도 유머 있는 웃긴 사람이 될 때도 있다. 하지만 보통은 그러지 못한다. 이때 이 말을 했어야 했는데, 왜 못했을까? 하는 후회를 달고 산다. 그 말을 하지 못했던 그 순간을 몇 번이고 떠올린다.


삶은 균형 잡혀야 한다. 한쪽으로 치우치면 재미가 없다. 일도 하고 여행도 가고. 친구도 만나고 혼자도 있고. 밥도 먹고 면도 먹고. 로맨틱 코미디도 보고 스릴러도 보고. 지루한 일상에서 작은 변화를 매 순간 추구하며 살아간다. 그래서 살아갈 수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극단적인 나는 시소처럼 끝까지 가봐야 다른 쪽을 간다. 의도했든 아니든 많은 순간이 그러했다. 한번 꽂히면 똑같은 노래도 하루 종일 반복 재생해서 듣는다. 그런 다음에는 질려서 잘 안 듣는다. 한번 먹기 시작한 레시피는 며칠 내내 똑같이 먹다가 질려서 또 안 먹는다. 한 달 내내 주말마다 약속을 나가다가 지쳐서 약속을 안 잡았더니 그 다음 달은 주말 내내 집에만 있기도 한다.


지루한 여름이 어서 빨리 지나가기만을 바라고 있다. 근데 신기하게도 여행을 가면 추위와 더위는 나의 큰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스웨덴에서 펑펑 내리는 눈을 온몸으로 맞으면서도 춥다고 느낀 순간은 거의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겨울 나라에서 행복했던 기억뿐이다. 여름에 일본 여행을 왜가냐고들 한다. 한국보다 기온이 더 높은 일본을 말이다. 하지만 이번 일본 여행에서도 덥긴 더웠지만 핸드폰이 뜨거워서 꺼지는 것만 빼고는 나쁘지 않았다. 뜨거운 태양마저 나의 여행 일부분이었으니까.


덥다. 가을 빨리 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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