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 을

이천이십오년 이월 구일

by 장유진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거늘 왜 상대방의 기분을 고려하며 말하는 사람들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건지.


우리는 모두 갑과 을이다. 상황에 따라 갑이 되기도 을이 되기도 하는 그냥 그렇고 그런 사람.

갑은 우월감에 빠져있다. 을은 온갖 세상의 스트레스를 한몸에 받으며 갑질을 버틸 뿐이다.

회사라고 생각하면 상사가 갑, 부하직원이 을. 나이 많은 사람이 갑, 어리면 을.

나보다 더 많은 세월을 견디며 살아온 사람들을 존중한다. 힘든 세월의 풍파를 지나온 사람들이니까. 살면서 많은 경험을 하고 지혜를 터득했을 테니까. 생각의 깊이가 나보다 더 깊을 테고, 마음의 여유가 나보다는 더 있을 테니까. 여유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나에게 그들을 충분히 존경할 수 있는 어른이다.


하지만 자기만의 세상 속에서 자기중심적으로 살아가는 어른들을 보면 존중하고 싶은 마음이 달아나버린다.

세상이 변해감에 따라 흔히 말하는 MZ 세대가 급부상하면서 어리고 젊은 사람들의 문화가 인정받기 시작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내가 최고인 줄 아는 어르신들이 널리고 널렸다.


최근 갑의 적절하지 않은 언행과 태도로 인해 9년 동안 다닌 회사를 그만둔 을을 보며 화가 났다. 실수 같지도 않은 실수를 정말 몰라서 저질렀는데 그걸 모두가 있는 곳에서 혼내는 갑의 수준 낮은 행동은 참 별로였다. 그것도 최근 실장으로 승진하신 분을 그렇게 혼내도 되는 건가 싶었다. 갑의 말이 맞기도 했지만 을의 실수는 티도 안 나는 그런 아주 사소한 말 한마디였고, 그 실수로 인해 피해 받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으니까.

늘 그래왔듯 을을 무시하는 갑의 지랄맞은 행동 같았다. 물론 지극히 주관적인, 을의 입장을 공감하는 을의 시선입니다.


사회생활을 해나갈수록 분노와 화가 많아진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애써도 쉽지가 않다. 나에게 주어진 현실이 너무 버겁고 해내야 하는 일들을 생각하면 눈앞이 깜깜하다. 갑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고, 무엇이든 잘해내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생각이지만 평생 갑 밑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나 싶다.

모든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그래서 나는 일을 하며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을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힘든 세상 살아가려면 출근해야지 어쩌겠습니까. 이 세상 모든 을님들 파이팅입니다.


그리고 갑들아 말 좀 이쁘게 하며 살아갑시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말 한마디에 사람이 죽기도 하고 살기도 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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