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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유진 Sep 10. 2024

서울, 생활

이천이십사년 유월 이십오일에서 이십육일

꾸준하고 싶다. 꾸준히 글을 쓰려 노력한다. 아직 열정이 남아있음에 감사하다.

점점 무슨 글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 벌써부터 이런데 얼마나 갈 수 있을까. 그럼에도 몇 글자 적어보겠다는 결심을 해본다.


언젠가부터 혼자가 익숙해진 서울 생활. 내가 서울에 살게 될 줄이야. 꿈꾸던 일은 서울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이었고, 꿈을 계속 꾸기 위해 서울에 머문다. 도시보다는 시골을 좋아했던 아이. 시골에서 자라난 아이. 자연이 좋고 흙길이 좋다. 그러나 우물 안 개구리는 되기 싫었다. 고향에 갇혀 평생을 살아갈 수는 없었다. 넓은 세상을 보고 싶었다. 밖으로 나가고 싶었다.


그렇게 밖으로 나왔다. 학교 도서관에서 서울 생활을 그린 소설책을 읽으며 꿈을 꾸던 아이는 책 속 주인공이 되어 서울을 살아가고 있다. 사람 많은 도시.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 과연 내가 꿈꾸는 생활일까.

아직까지는 yes. 계획에 없던 엔터 회사에 들어가 작지만 꾸준한 월급을 받으며 살아가는 지금. 따릉이를 타고 출퇴근을 하며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아내고 있거든.


다행히도 서울에서 만날 수 있는 친구들이 많다. 만나지는 않지만 서울 어딘가에서 각자의 일을 열심히 하며 살아가는 선배들도 많다. 자기자랑의 수단인 인스타그램을 타고 흘러오는 그들의 삶은 고되고 보람차다. 그들의 삶을 멀리서 지켜보는 나는 위안을 얻기도 하고, 동력을 얻기도 한다. 각자의 세계에서 평범한 일상을 최선을 다해 살아내는 그들의 모습은 참 예쁘게도 빛난다.


그렇기에 외롭지는 않다. 아주 가끔 외롭긴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꽤 괜찮다.


지하철을 타면 다들 어디로 그렇게 바삐 가는지 궁금해진다. 나도 바쁘게 어디론가 향하며 생각한다. 내가 앉을 자리가 생기면 좋겠다.


한 시간 이동이 기본인 이곳. 이동하다 시간 다 간다는 말은 진짜다. 딱히 데이터를 쓰면서까지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싶진 않아 목적지가 먼 곳을 딱히 좋아하지 않는다. 차를 타고 가면 창밖 풍경을 볼 수 있으니 그건 예외. 지하철은 눈을 둘 곳이 없다. 다들 눈도 안 아픈가 작고 네모난 화면만 바라보며 목적지까지 가거든. 그럼 나도 그래야 할 것만 같아 그들과 같은 포즈를 취해본다.

밖에서는 핸드폰을 잘 보지 않는 우리 엄마는 지하철을 타고나서 말했다. 어디를 봐야 할지 모르겠다고.


서울은 갈 곳이 많다. 가도 가도 끝이 없다. 문화의 중심지 그 자체. 뭐가 이리 넓고 큰지 봐도 봐도 새롭다. 다행히 새로운 장소에 가는 걸 좋아하는지라 이곳저곳 다녀야 하는 직업의 특성에 만족하며 살아간다. 무거운 카메라를 짊어지고 지하철을 타는 건 선호하지 않지만. 서울의 다양한 모습을 보고 경험하며 서울 사람이 되어가는 중이다.

서울에서의 삶은 청주에서의 삶보다 풍요롭고 다채로우며 재미가 넘친다. 어쩔 수 없다. 당연하다.


돈 많고 대단한 사람들만 보는 줄 알았던 뮤지컬을 서울에서 살게 된 후에는 자주, 가끔, 종종 보게 되었다. 평범한 사람들이 즐기는 문화생활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을 땐 내가 정말 우물 속에 갇혀있었구나 느꼈다. 뮤지컬을 좋아하게 된 후 내 세상은 또 한 번 넓어졌다.


그렇게 나는 여행과 뮤지컬을 좋아하는 사람이 되었다. 이런 내 삶이 꽤나 멋져 보인다. 좋아하는 걸 마음껏 하며 멋진 삶을 살고 싶다. 그래서 돈이 많았으면 좋겠다. 어쩔 수 없이 서울과 더 친해져야 한다. 서울에서의 삶, 다 좋은데 월세만 안 나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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