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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유진 Sep 10. 2024

회사, 덕질

이천이십사년 유월 이십칠일

세상은 시끄럽다. 시끄럽지 않으면 돌아가지 않는다.

조용하고 여유로운 게 좋은데.


직업이 생기고 나서부터는 하루가 순식간에 지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일주일이 금방 지나가다 보면 한 달이 끝나있다. 그렇게 또 열두 번만 살아내면 일 년이 끝났단다. 뭐가 이리 빠른 건지 모르겠다.

느린 것보다 나은가? 싶기도 하다. 지루하지 않다는 거니까. 가끔 아무 계획도 없는 주말을 보낼 때면 무슨 일을 해야 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을지 고민만 하다 하루가 끝나는 기분이 들 때도 있거든. 그만큼 여유라는 것을 모른 채 매일을 살고 있다.


그렇다. 일이 많다는 말이다. 할 일이 너무나도 많다. 해도 해도 끝이 없다. 끝이 없었다. 지금은 그래도 글을 쓸 여유 정도는 생긴 것 같으니 과거형으로 적어본다.

하루에 스무 명이 넘는 사람과 동시에 소통을 해본 적이 있는가? 전 있습니다. 전화를 싫어하던 나는 이제 전화 통화가 익숙해졌다. 친구들 카톡은 뒤늦게 답장해 주면서 업무 카톡만은 즉각 반응한다. 그렇게 난, 말 잘 듣는 어느 회사의 막내가 되어있었다.


덕질을 하다 보니 일을 하고 있었다. 드라마 기획을 하고 싶다는 어렴풋한 꿈을 갖고 있기도 했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을 구하는 회사는 찾기 힘들었다. 그래서 우선 경력을 쌓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신입을 구하는 어느 엔터 회사 홍보팀에 지원했고, 엉겁결에 뽑혀 지금까지 일을 하고 있다.


운이 좋았다. 운이 좋게도 능력 있는 상사를 만나 많은 것들을 배웠고, 상상도 못할 만큼 다양한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참 운도 좋지. 심지어 회사에 입사한 후에 나는 완벽한 성덕이 되었다.

회사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축복받은 일일 것이다. 일할 맛 날 테니까. 더군다나 좋아하는 대상이 스타라면?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과 같은 회사를 다니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는가?


어느 엔터 회사 홍보팀의 성덕 일기. 가능하다면 그동안 해온 나의 덕질생활을 자랑스럽게 펼쳐내고 싶다. 재밌을 것 같지 않나요? 실화 바탕이랍니다.


입사 전에 좋아하던 최애 배우가 있었다. 내 배우를 위해 팬으로서 해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줬다. 그렇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나의 열정을 덕질에 불태우던 시절이 있었다.

안타깝게도 최애 배우의 회사를 다니게 된 건 아니다. 지금 다니는 회사에 입사를 한 후에 처음 알게 된 배우를 좋아하게 되었다. 장담하는데 엔터 회사 직원이 같은 회사 배우를 좋아하는 경우가 있다면, 그 배우는 정말 다정하고 친절한 사람일 것입니다. 당연한 말. 그러니 좋아하겠죠. 전 다정하고 친절한 사람이 좋거든요. 게다가 얼굴 천재 본업 천재까지 해주시면 사랑합니다.


가장 시끄러운 세계. 그 세계 속에 있는 한 조용하고 여유롭게 살아가긴 글렀다. 이미 글러먹은 거 재밌게라도 살아야지. 그래서 난 우리 회사 배우 덕질을 한다. 회사 다니는게 싫으면서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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