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들은 교과서에 기업인들의 경제 성장 '업적'을 넣으라고 하고, 민주노총에서는 학교 수업에 노동교육을 넣으라고 한다. 여기에 더하여 나중에는 오늘날의 '페미니즘' 운동이라든지, 그런 것들도 교과서에 넣으라고 하는 움직임이 점점 더 커질 듯하다.
"증국번이나 이홍장 같은 정치적 인물이 아닌 실업가나 기술자가 전면으로 등장하는 것은 중국 교과서가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짱지엔의 앞에는 '장원 실업가'라는 수식어가 붙었는데 1894년 과거에서 장원급제하였지만 실업 구국의 뜻을 품고 고향으로 돌아가 생사 공장을 열었다. 또한 짠톈요우는 미국에 유학하여 예일대학을 졸업한 후 중국에 돌아와서는 중국인 독자의 기술로 외국과는 다른 之자형 철로를 개설하였다. 이처럼 중국에서 근대 공업이 발전하면서 외국에 의존하지 않는 중국 스스로의 기술 인력이 등장하고 있었음을 더불어 강조하고 있다." -윤세병, <중국 역사교과서의 서사구조와 이데올로기> p.207-
어쩌면 위와 같이 짱지엔, 짠톈요우와 같은 인물들 대신 기업인, 노동운동가, 페미니즘 운동가들의 이름과 그들의 흐름을 교육과정에서 다루게 될지도 모른다. 민주시민 교과를 법제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으니, 여기서 맡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게 역사교과다 보니 일반사회교과, 도덕윤리교과에서 중심으로 다뤄야 할 것들을 결국에는 역사교과에서 가르치게 될지 모른다.
그렇게 될 때, 역사교과가 하는 역할은 결국에는 들러리나 서는 것이 되지 않을까. 아무튼 어떤 시민 사회의 운동이든, 그 운동의 흐름을 살펴본다고 역사를 장황하게 가르치는 경우가 시민 단체의 특강, 연수, 강좌 등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시민 사회 운동 관련 교육에서 역사라는 것은, 고작 운동의 정당성을 호소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시민사회 운동 관련 교육에서의 핵심은 이론, 쟁점, 목표, 이런 것들인데 아무래도 역사교과는 이와는 달리 거리가 멀다. 결국 잔뜩 사실들을 가르쳐야 하니 점점 생각거리를 만든다든지 하는 것과는 멀어지고, 외울 것만 점점 늘어나 버리는 것이 되어 버리지 않을까. 제왕의 학문이라고 불리던 역사는, 어느새 학문의 시녀가 되어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