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슬처럼 Apr 03. 2024

2024 버킷 리스트

지금 살아가는 이야기, 미래의 나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새해 첫 날 1월 1일이면 나와 남편, 아이들은 신년 계획을 세운다. 올해까지 4년차이다.


아침에 첫 떡국을 먹고나서 식탁 정리하고 나면

과일이랑 작년 1월 1일에 계획 세웠던 종이를 가지고 모여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이 시간이 기억에 참 오래 남는다.

신기하게도 작년에 쓴 종이를 보면 1년 전 일인데도 그 때 나누던 공기, 온도, 웃음, 농담들이 필름처럼 눈 앞에 촤르르 흐른다.


처음에는 삶의 목적이나 목표를 정의해본 적이 없어서

회사원 마냥 목표 항목, 달성률, 정성정량 목표를 넣어서 아이들에게 훈계했던 때도 있었다. ㅋㅋ

그때 아이 둘 모두 초등학생이었는데 표정이 ㅋㅋㅋ

엄마아빠가 무슨 말을 하는지? 왜 저런 이야기를 하는지?

도통 모르겠는 표정이 아직도 떠올라서 부끄럽고 웃기고 그렇다. ㅋㅋ


식탁에 작년 계획이 빼곡히 적힌 종이, 아직 비어있는 올해 종이를 놓고 하는 이야기는,

작년에 서로서로 어떠했는지, 목표 세웠을 때와 지금 변한게 무엇인지, 목표 생각한 것 중에 잘했던 게 무엇인지, 그럼 새해에는 어떤 해를 보내고 싶은지 이야기 나눈다.



그래도 나름 계획을 세웠으니 가장 많이 달성했다고 온 가족이 인정하는 구성원에게 현금 선물도 한다.

소액이긴 하지만 현금은 역시 새해 첫 날을 훈훈하게 시작할 수 있는 훌륭한 아이템이 되어준다.


성과를 경쟁하는 것이 아니기에, 가족 중 어느 누구도 연초 불타는 의지로 적어둔 목표를 전부 달성한 사람은 없다.

나를 위해 노력하는 시간을 얼마나 가졌는지, 그 과정이나 결과가 식구들 보기에 인정받을만 한가에 가치를 둔다.  

이렇게 매년 적어온 종이는 4장 모두 거실에 붙여두었다.

우리가 지나온 시간들, 그 때 했던 생각들을 보면서 미소지을 수 있도록.


프라이버시를 위해 우리가족들이 적은 내용은 삭제 ^^


올해에도 당연히 계획을 세웠다.

이것도 하다보니 경험이 쌓여서인지,

처음에 KPI 같던 목표들이 이제는 서서히 각자 어떤 사람이 되고싶은가, 어떤 성장을 이루고 싶은가로 바뀌어가는 것이 보였다.

그래서인지 네 명 모두 합의라도 한듯 올해 목표 갯수를 지난 해들에 비해 적게 적었다.

대신 목표를 설명하는 단어들을 구체적으로 표현했다.


나 스스로도 올해만큼 곰곰히 생각하고 적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작년에 급격하게 안좋아졌던 건강을 회복시키느라 일을 그만두면서 생각하고 돌아봤던 시간을 가졌었기 때문에,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딱 하나의 목표가 머리 속에 떠올랐다.



나를 사랑해주기.



더 사랑하고, 어떻게 사랑하고.. 방법을 떠나 온전히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주기.



작년에 건강 안좋아져 일을 쉬어야겠다 생각하면서, 인생은 장기전이다라는 것을 처음으로 체감하게 되었다.

그래서 사랑으로 아이들과 남편을 보는 것처럼, 나 스스로에게도 사랑의 눈으로 관심을 가져주고 바라봐주기로 했다.

전에는 눈에 담는 것, 먹는 것, 마음 돌보는 것, 이 중요한 것들을 철저히 다른 이들을 기준으로 생각했다면,

이제는 내 중심으로 해보고 싶어졌다.



나를 사랑하는 일, 첫 번째!
나에게 멋진 풍경, 아름다운 장면을 눈에 담기


그 동안 여행지를 아이들과 남편 기준으로 갔다면… 앞으로는 제 기준도 슬쩍슬쩍 넣어보기로 했다.

그래서 1월에 강행해본 발왕산 천년주목길!


정말 가보고 싶었던 겨울숲이었다.

나는 등산을 좋아하는데 가족들은 싫어라해서 거의 가질 않았었다.

말도 꺼내지 않고 마음 속으로 포기하기를 수 십 차례.


이번에는 아이들이 발 시렵다 안보인다 성화를 부려도 “엄마도 보고싶은게 있어!”라고 답하며 꿋꿋하게 끝까지 데리고 갔다. ㅎㅎ

아이들도 마지막엔 감탄해 마지않아 뿌듯했다.


하.. 정말

숨막히게 아름다웠다.



사진이나 영상으로 볼 수 없는 차가운 공기 속 바스락거리는 상고대.

코 끝을 간지럽히던 작은 눈송이들, 마음 속까지 시원하게 정화해주는 듯한 공기.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것만 같았다.

요즘에도 종종 마음 속에 시원함이 떠오를 때면 사진첩을 열어 그 때 전경을 살펴본다.


다음 겨울에는 덕유산 겨울숲을 꼭 가보기로 (나 스스로에게) 약속했다.


그리고 회사 다닐 때는 바쁘다고, 작년 아프고 회복할 때는 쉴 시간이 필요하다는 핑계로 멀리했던 전시 관람도 다시 적극적으로 다니기 시작했다.

안목 높은 인생 선배들이 계시는 전시모임에 참여해, 좋은 그림도 눈에 담고 경험하고 있다.

진정으로 삶에 안목이 높아지는 느낌.


Bertam Hasenauer 작가
박지영 작가
김민정 작가
김종학 작가
Otis Kwame Kye Quaico 작가


나를 위한 두 번째 버킷!
몸을 자유롭게 쓸 수 있게 해보기


여행 가거나 주말에 여유가 생기면 보통 하게 되는 것은 아이들이 놀고 싶은 액티비티 찾아 나서는 것.


아이들이 자유롭게 운동하거나 물 속에서 두려움 없이 수영하거나 보고 싶은 걸 읽거나 보거나 뛰어 노는 것을 보며, ‘예쁘다’라는 감정이 마음 가득 차올랐지만,

정작 나는 나를 그렇게 자유롭게 활동하거나 내 몸을 잘 쓸 수 있게 해본 지 너무 오래되었다는 사실이 문득 떠올랐다.

특히 물놀이와 수영을 좋아하는 둘째 아이를 보며, 나도 저렇게 물을 재미있게 즐기면 앞으로 기억될 삶이 더 풍요로워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남편에게 제안해 시작하게 된 2:1  수영 강습!


선생님 한 분에게 나와 남편 둘이 같이 수업받을 수 있는 수영장이 우리 동네에 있는데, 우리 둘에게는 이 방식이 꽤 괜찮다. 서로 진도 나가는 거 보며 자극도 받고 잘한다 잘한다 응원도 해주고 ㅎㅎㅎ


그래서인지 초보치고 둘이 동시에 수업 5회차만에 도구없이 자유영에 성공했다.

선생님이 (우리 나이치고) 빠른 편이라고 칭찬을 많이 해주셨다. 괄호한 부분은 내가 눈치껏 알아들은 말 ㅋㅋ


남편도 수영을 어려워하는 편이었는데 자신감이 뿜뿜한다며 매우 좋아하는 중이다.

올 한해 꾸준히 배우면 배영, 평영, 접영까지~ 물 속에서 자유로운 나를 마주하게 되지 않을까 싶어 매우 기대하는 중!




나를 위한 세 번째 버킷!
나를 보며 웃기


올해부턴 오글오글해도 거울보면 습관적으로 아이고~ 이쁘다~ 하며 나를 향해 웃는다.

매일매일.


셀카도 좋아하고 잘 웃던 나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런 모습이 없어졌다.

아마도 to-do 리스트에 치여서 그랬으리라 생각하는데,

이제는 여유도 부리고, 심각한 일도 이또한 지나가리라~~ 여기며 누구보다도 나를 향해 웃어주기로 했다.


하지만… 거울을 보면 아직도 어색하고 웃기긴 하다. ㅋㅋ

아이고 이쁘다~ 라는 말보다, 아이고~ 그동만 마이 삭았네~ 소리가 먼저 나오는 게 당연 ㅋㅋ


그래도 이걸 노력하는게 좋다고 생각되는게,

큰 아들이 아침 등교할 때 무뚝뚝한 표정으로 인사하고 가는데, 내가 매일 웃으며 인사하니 아들도 어색하게나마 미소를 날려주며 가더라.





이제 겨우 1분기 지나고 있을 뿐이지만

글을 읽는 분들, 혹은 주변 지인 친구 모두,

처음 느낌 그대로 (왠 노래제목ㅋㅋ) 2분기, 3분기, 4분기에 생각한 바 목표한 바를 꾸준히 이어가며 의미있는 한 해를 보내면 좋겠다.

이것은 나를 향한 다짐이기도 하다.


이번 봄도, 곧 다가올 여름 가을 겨울에도 늘 홧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