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ima Mar 03. 2018

작심삼일의 나에게 뽀뽀해주자.

무소의 뿔처럼 혼자 가라는 세상에서 혼자 살기

내 나이가 실감이 잘 나지 않지만, 가끔 내가 어른이 되는갑다 싶을 때가 있다.


바로

해라고 해도 심드렁하거나,

생일이 다가와도 설레지 않을 때.

(물론, 크리스마스가 귀찮아진 것은 이보다 오래전이다.)


신년이 오고 가는 것은 스타벅스 다이어리 행사로 알아채기 시작한지 꽤나 오래된 것 같다. 그래도 그 다이어리 행사라도 없었으면, '새해의 다짐'같은 소녀 코스프레는 물건너 갔을 수도 있다.

 

올해의 스벅 다이어리 첫 장에는

-운동하기

-다이어트

이렇게 적었다.


누가봐도 성의 없는  new year's resolution  이긴하지만, 이 마저도 얼마나 가열차게 노력할지는 미지수다. 솔직히 말하면 자신 없다. 나는 아마 이 이야기를 내년 스벅 다이어리에도 그대로 적을 것이다.


반복되는 새해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고,

그래서 유난스럽게 새해를 기다리던 어린시절과는 달리, 1월 1일이라는 이벤트 자체가 마술처럼 내 인생을 '뿅'하고 바꿔줄 수 없다는 점을 지나치게 경험했기 때문에.


그리고, 그 놈의 '노오력'을 해본들, 이 놈의 세상이 노오력으로 극복되지 않는 것들이 많다는 것을 지나치게 경험했기 때문에.


그나마도 꺼져가는 불씨가 될 수 있을 법한 자기최면,

작심삼일이라도 해 보려는 긍정적 애티튜드는 애저녁에 사라졌을 수도 있다.


문득, 오늘, 3월 2일이라는 달력을 보자,

지난 1월 1일, 그리고 덤으로 주어진 기회 같은 Lunar Calender 음력 1월 1일,에 두 번이나 분기탱천의 마음으로 자신을 다잡았을 사람, 그렇게 다잡아 놓고도 열심히 노오력하지 않은 자신을 책망하며 '나는 안될거야'라고 낙담할 누군가에게, 당신이 작심삼일까지 가는 단계는 칭찬받아 마땅하며, 당신은 지금 그 모습 자체로 엄청나게 긍정적인 사람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몇 년째 맨 앞장만 끼적이고 있는 나의 첫번째 컬러링 북


요즘의 트렌드는 인류를 경제적 관점에서 두 가지 부류로 나누려고들 하는 것 같다. '탕진잼'의 YOLO족, 미래를 위해 절실함을 부르짖는 영수증족.


두 가지 애티튜드는 인생 전반을 바라보는 관점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현재의 삶을 즐기는 쪽, 그리고 미래의 성공을 위한 노오력쪽.


나는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본인이 성공을 위해 노력하지 않음에 관하여  자신을 책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렇다고 밑도 끝도 없이 '현재를 즐겨요' 라고 말하면서 갑자기 여행을 떠나라는 둥, 너를 위해 투자하라는 둥의 공허한 제안을 하고 싶지도 않다. 나 자신이 그러한 제안들로부터 느끼는 허무함이 너무 크기 때문에.


아무리 구구절절 설명해도, 팔자 좋아 퇴사서를 던지고 단돈 얼마를 들고 여행을 떠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고, 뻔히 보이는 다음달 월급을 생각해볼 때, 무작정 나를 사랑하겠다고 피부과 관리를 뭉텅 끊을 여유가 없다.


매일 벌어도 매일 돈이 없고,

그 매일을 평균 이상으로 최선을 다 해주는 대도, 이용 당하고, 결과를 도둑 맞고, 결국은 제자리인 채 오랜 시간 다람쥐 쳇바퀴처럼 돌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나는 무엇인가 '작심'하기가 어렵다.


이 무슨 패배주의적 자기관조인가?

무심코 슬쩍 이런 말을 내뱉는 나를 걱정하는 친구에게

궁색하지만 이렇게 대꾸했다.


"글쎄, 돈 벌어오라는 마누라도 없고, '아빠, 힘내세요.'노래를 부르는 자식도 없어서 그런가봐."


친구가 말했다.


"야, 그런 것들 있으면 더 허무해. 내가 이러려고 회사원 되었나 자괴감이 든다고."


그도 그럴법하다는 생각이 들자, 우리 인생이 모두 이렇게 건조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인가 작심하는 일은 더더욱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 작심의 내용이, 세상 물정 모르고,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시점에서 끓어오르는 야망을 주체하지 못하여, 세상을 다 부셔버리겠다는 식의 것만 아니라면,


당신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아무도 칭찬해주지 않고,

아무도 잘 하고 있는지 체크해주지 않아서,

작심은 누가 하더라도 3일을 가기 어렵겠지만,

나는 당신의 작심을 응원하고 싶다. 구정을 2주 정도 지난  이 시점, 이 금요일, 스스로를 몰아붙이고 있을 당신을 말이다.



굳이 아야꼬 할머니를 더 끌고 들어와본다.

그녀는 '역경이 주는 보람'편에서 이렇게 이야기 했다.


역경마저 평범한 일상 중 하나로 여겨야 한다.

유난히 재미난 사람들은 경제적으로, 시간적으로 고생과 위험 부담을 즐겁게 감당하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라고.


당신은 당신의 역경을 즐겁게 감당할 필요 없다.

안 즐거운 일은 그냥 안 즐겁게 감당하면 된다.

그를 감당하기 위해 작심이라도 한다면 대단한 일이다.

당신은 응원받아 마땅하다.

작가의 이전글 오늘도 용감한 척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