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life

제가 있잖아요

이 매거진을 발행한 이유

by Nima

얼마전 있었던 작가 사인회 안내문이었던가.

해당 작가님의 인터뷰를 슬쩍 보다가 눈에 띄는 부분이 있었다. '타겟 독자층'이란 단어였다.


나는 누구에게 읽힐 것을 기대하고 글을 쓰기 시작했던가.

집에 돌아오는 길 내내, 나는 이 브런치를 생각했다.



한동안 나도 작가 같지 않은 작가로 일한 적 있었다. 박경리도 아닌 것이, 조정래도 아닌 것이 종이책을 출판하고 싶어하는 것이 몹시 부끄러웠던 시절, 푼돈 겨우 버는 전자책 전문 작가로 일하는 동안, 나는 출판이라는 사업군에 대하여 염증이 생겼고, 결국에는 글을 쓰겠다는 생각 자체를 접었다. 그래봤자 밤 잠 줄여가며 써 내려간 내 글의 액기스는 뺏기고, 그래봤자 내 손에 쥐어지는 것이 없는 일이, 글쓰기였다.


그러기를 몇 해나 지났나.

우연히, 그러니까 이 매거진의 매 회마다 이유없이 내게 고초를 당하시는 소노 아야코 할머니의 책을 하나 샀고, 나는 미치도록 글이 쓰고 싶었다. 할머니의 '공자님 말씀'에 약이 올라서. 남의 말 흘려 듣고 신의 뜻대로 살라는 말에 속이 상해서. 나는 화르르 복수심(?)에 타올랐고, 미치도록 쓰고 싶은 글, 이걸 도대체 어디에 쓸 것인지 고민했다. 그 때, 갑자기 브런치가 떠올랐다.


출근하듯 글을 썼다. 그 날 그날 생각나는 대로, 살아보니 이렇더라, 할머니 말 다 맞는 거 아니더라... 두서 없이 글을 쓰다보니, 그 옛날, 내가 글을 연재하던 시절, 돈 보다 내게 큰 즐거움을 주던 것이 생각났다. 독자님들의 '재미있다'는 댓글이었다. 자고 일어나면 달려 있던 따뜻한 말들이 내게는 돈 보다 자극적인 동기가 되었다. 물론, 종국에는 돈이 적다고 재미를 놓긴 했지만.


글이 서른 편 정도 쌓이고 나니 나는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생겼다.


나는 왜 할머니에게 그렇게 화가 났을까.


나는 그냥 할머니한테 공감해줄 수 없어서 서운했던 것 같다. 그냥 '신께서는 다 알고 계신다', '고난은 좀 있어야 극복하는 재미도 있지'라는 식으로 말씀하시니 무지하게 서운했다. '나도 이렇게 별 일 다 겪었어, 정말 별 꼴이지?'라고 해주시기 만을 바랬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한테 치이고 상처받지 말고, 애초에 약간의 거리를 두렴'이라고 말씀하셨기를 열렬히 기대했던 것 같다.




내가 쓴 글들을 찬찬히 읽어보았다. 병원에 누워 있던 그 지루한 시간 속에서는 나는 노처녀의 짙은 외로움을 토로했고, 얼추 걸어다닐만해지자, 회사에서 만난 악재들을 떠올리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찬찬히 읽어 내려가던 내 글들. 내 마음이었다. 애초에 누구에게 어떤 조언을 하기 위해 글을 쓴 것이 아니다. 따라서, 어떤 타겟층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나는 한 가지 바램이 있었다.

눈 감으면 코 베어가는 이 세상에서, 고군분투하는 그 누구라도, 내 글을 읽는 순간, 이렇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아, 나만 당했던 거 아니구나.'

'아, 나만 외로운 거 아니구나.'

'아, 나만 고까웠던 거 아니구나.'


이런 타겟은 있었다. 이거면 충분했다. 이거면 과분했다.



오늘의 유머 게시판에 글을 연재하던 작가, 김동식은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의 저자 김민섭씨가 발견하여, 작가로 등단했다.


김민섭씨의 매서운 눈과 김동식 작가의 날것 그대로가 가진 진가가 출판업계에 날리는 펀치가 너무나 통쾌하다. 나는, 누구나 글을 쓰는 시대에서, 어깨에 힘 뺀 글이 가진 힘을 믿는다. 대단한 작가님의 그저그런 에세이보다, 날것 그대로의 내 글이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든든한 위로가 될 수 있도록 더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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