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시칠리아, Mi Paradiso

이국적인 그 어떤 곳을 꿈꾸는 자에게 모든 것을 주는 너

by Nima

시칠리아.

듣기만 해도 낯선 이름. 나는 갑자기 시칠리아 병에 걸렸다.


대학생이 되면 으레 여권에 유레일 패스 들고 인증샷 찍는 곳이 유럽이며, 그 유럽여행 중에 반드시 빠지지 않는 나라는 이탈리아가 맞지만, 우리가 언제 시칠리아만 단독으로 언급한 적 있었던가.


로마, 밀라노, 베네치아, 피렌체만 찍고 돌아도 벌써 일주일은 족히 이탈리아 여행에 할애해야 하는데, 그야말로 산 넘고 물 건너야 도착할 수 있는 시칠리아는 쉽게 생각하기 어려운 루트인데다, 이태리 식당이 넘쳐나는 서울에서도, 굳이 지명으로서 언급되는 곳은, '나폴리 피자' 정도다.

나는 무슨 바람이 불어 시칠리아 타령을 시작했던가.


곱씹어 보니, 그 시작은 역시나 '우연'이었다.


지난 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무료함에 치를 떨며 소파에 앉아 채널을 돌리던 때, 한 채널에서 나는 넋을 잃었다.흔한 골프 중계였다. 나는 절대 골프에 관심이 많지 않다. 그런데 하필 포물선을 그리던 공은 천상 낙원같은 곳을 가로질렀다.


분명히 잔디밭인데, 야자수가 있고, 야자수가 있는데, 바다가 보이더니, 갤러리들은 긴팔을 입고 있었다. 야자수가 자라는 기후이지만, 긴팔을 입을 만큼 후덥지근 하지 않은 모양이고, 게다가 바다 색깔은 민트색 물감을 풀어놓은 것 같았다. 이건 완전 가까이 있다는 동남아 해변 골프장과는 사뭇 다른 공기였다.


‘저기가 어디지?’

나는 아는 선수 한 명 없던 그 중계 방송을 끝까지 다 보았다.



시칠리아는, 머나먼 옛날, 내가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 내 방에 걸려 있던 ‘그랑 블루’ 의 촬영지였으며, 영원한 나의 여신 모니카 벨루치의 ‘말레나’ 촬영지였다고 한다. 어디 그 뿐인가. 아버지의 favourite movie, 대부의 고향이 시칠리아 아닌가. 젊은 티 팍팍 나는 알 파치노가 다부진 눈매의 까무잡잡한 미녀와 결혼식을 올리던 장면은 여전히 눈에 선하다. 그래, '그녀는 아름답고 강인한 여자, 시칠리아 여자였다.'라고 읊조리던 나레이션이 기억났다.


나는 점점 시칠리아를 다 알고 있는것만 같았다.


그래, 쉬다오자. 해안이 펼쳐지고, 야자수가 보이는데, 유럽이라고 하고, 이보다 더 만만한 휴양지가 어디있나.

이렇게, 얄팍하게 아는 주제에 이미 다 아는 곳이라며 안심해버린 나는, 그래서, 그냥 한 일주일 쉰다고 생각하고 휴가원을 던지고야 말았다.


하지만, 시칠리아는 그렇게 야트막하게 넘겨짚기엔 가슴이 아리도록 아름다운 곳이었다. 다만 묘하게 슬픈 구석이 많았다. 두고 두고 가까이 보며, 계속해서 사랑하고 싶은, 결혼하지 말라고 주변에서 난리나는 만큼, 사랑하는 마음이 더 커져버리던 남자친구마냥, 구석 구석이 사랑스러운데, 가는 길마다 고통스럽고, 돌아다니는 발자욱마다 힘겹지만, 뒤돌아보면 가슴 한구석이 먹먹해질만큼 아름다운 시간을 남겨주는 곳. 시칠리아는 지나치게 매력있던 그 사람을 닮았다.


앞으로 나는 시칠리아를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아온 일주일을 이야기할 것이다. 일주일로 족하지 않았다. 나는 최소한 두 번은 더 시칠리아에 갈 것인데, 다음 가는 길이 더 순조로우라고, 가는 길부터 차근차근 기록하려고 한다.


마음 단단히 먹으시라.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이 섬을, 이 거대한 매력 덩어리를, 최소한 열흘은 온몸으로 느끼고 싶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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