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Palermo 말고 Mondello

무식해서 더 용감했던 첫 번째 일정

by Nima

시칠리아를 가기로 한다면, 그래서 인터넷 검색을 시작한다면, 대부분 로마 공항에서의 여정을 검토하게 될 것이다. 대단한 공부를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는, 대강 '섬'이라는 생각을 할 것이고, 섬이라면 어느 정도 둘러본 다음, 남는 시간 로마에 들러, 오드리 햅번 놀이를 좀 하는 게 어떨까, 계획을 세우기 쉽다. 나 역시 그랬다.


로마에서 시칠리아로 들어갈 때, 이탈리아 남부의 아름다운 소도시들도 자꾸 욕심이 났다. 나폴리에서 소렌토, 아말피 해변 찍고 시칠리아를 갈까 아니면 적당히 시칠리아를 좀 보고나서, 올라오는 길에 저 이름만 들어도 설레어 잠이 안 오는 예쁜 동네들을 주르륵 훑어보고 올까 무지하게 고민했다. 검색해보니 실제 그렇게들 빠듯하게 다녀오는 사람들도 없지 않아보였다. 마침 9월28일에는 나폴리에서 주빈 메타의 협연이 있다고도 했다. 나폴리가 눈에 삼삼하여 마지막까지 코스를 결정하는 것이 어려웠다.


그런데, 문제는 두 가지였다.

첫째, 시칠리아 자체가 작지 않아보였다. 사람들이 추천하는 이른바 'named- place' 하나씩만 나열해도 열댓개의 스팟이 나왔다.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일주일. 나폴리니 소렌토니 다른 동네를 들릴 수 있을지 의문스러웠다.

둘째, 나폴리에서 시칠리아로 가는 페리, 기차 등등의 탈것들은 전혀 타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고통을 호소하는 후기들이 넘쳐났다. 열 몇시간 내 몸이 시달릴 것을 상상을 하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과감하게 결심했다.


로마에서 시칠리아로,

시칠리아에서 로마로.

로마에서 서울로 올때는 하루 정도 로마 냄새는 좀 맡고 오는 걸로. 그렇게 결정했다.

여행 루트를 고민할때 힌트를 얻었던 지도. 영국인 블로그에서 다운받았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시칠리아로 여행의 범위를 한정시킨 것은 정말이지 잘 한 선택이었다.

누군가 이 섬을 여행하기로 마음 먹는다면, 이 말을 꼭 해주고 싶다. 시칠리아는 섬이 아니라고.

시칠리아라는 야자수 흐드러진 작은 섬에서 유유자적 가뿐하게 섬을 일주할 수 있다는 생각은 일단 버려야 한다. 물리적으로나 환경적으로나 그 생각은 현실화하기 어렵다.


일단, 시칠리아는 제주도의 14배 정도되는 크기. 결국 우리나라 경상도 전체 정도되는 크기이다. 경상도의 핫 스팟을 일주일에 안에 다 찍고 오려면 어떤 계획이 필요할까. 일단은 기차, 버스, 각종 탈것이 동원되는 계획을 세울 것이다. 그런데, 시칠리아에서는 그런 계획이 거의 불가능하다. 시칠리아를 가로지르는 기차, 시칠리아 구석구석 당신을 실어나를 버스는 없다.


시칠리아를 구석구석보고 싶을 때, One and Only Answer란, 렌트카뿐이다.


이 지점은 내게 여행을 계획하는 내내 궁금한 지점이었다.

그 옛날, 괴테가 '이탈리아 여행기'를 적어대며, 그 아름다움을 노래했던, 오래된 휴양지이자, 아직도 제 아무리 작은 소도시라 할지라도, 오페라 관람을 위해 예쁜 드레스와 멋진 턱시도를 맞춰입는 사람들이 넘치는 곳. 그런데도 섬을 가로지르는 대중교통이라고는 눈씻고 찾아보기 어려운 동네. 차선 도색을 언제했는지 도저히 알 수 없는 주차장 같은 2차선이 4차선처럼 복닥거리는 아비규환의 도로, 그 도로타야만 어디든 갈 수 있는데 그나마도 구비구비 돌고도는 국도길만 정처없이 돌아야하는 1960년대 같은 인프라 상태.


이 모든 것은, 시칠리아를 누비던 일주일 내내, 내 마음을 몹시도 아리게 했다.



어찌되었든, 당신이 시칠리아로 가는 길을 '비행기'로 선택한다면, 그래서, 스카이스캐너의 도착지에 '시칠리아'를 넣으면, 여러 공항 중에 제일 먼저 나오는 것이 팔레르모(Palermo)이다.


여러 공항이라니, 다른 공항이 있단 말인가?

그렇다.

시칠리아에는 6개의 공항이 있다.

물론, 그 규모는 조금씩 다르고, 국제선이 뜨는 곳은 크게 팔레르모와 카타니아(Catania)공항, 이렇게 두군데라고 생각하면 되지만. 시칠리아섬은 제주도 14배라는 사이즈답게 공항이 6개다. 그래서 제주도 여행처럼 가뿐한 일정이 될 수 없다며 엄살을 부린 것이다.


내가 팔레르모를 첫일정으로 잡게 된 것은 시칠리아 여행으로 검색되는 곳마다, 사람들이 처음 발을 디디는 곳은 팔레르모였기 때문. 검색 초보의 전형적인 예였던 나는 남들이 다 팔레르모로 들어간다길래 그래서 결정했다. 게다가, 나쁘지 않은 선택인 것만 같았다. 어딜가나 주정부가 있는 도시가 주도시이고, 팔레르모 역시 시칠리아 주의 주도로서 가장 번창한 곳이라고 하는데, 검색해보니, 우리가 유럽을 여행할때면, 으레 만날 수 있는 아름다운 성당, 구시가지, 그리고 유럽에서 손꼽힌다는 오페라극장까지 없는 게 없었다.


그러나, 팔레르모를 알아갈수록 나는 혼란에 휩싸였다. 이번 여행의 컨셉을 어떻게 잡아야하는지에 대해서 갈피를 잡기 어려워서.


스무살때처럼 터져나가는 배낭을 메고 8시간씩 유레일에 몸을 싣고도 저녁 내내 구시가지를 완파할 수 있는 나이는 애저녁에 지났는데, 예쁜 지중해의 해변을 십수개나 가진 아름다운 섬에 가서, 바티칸 성당보다 작을 수 밖에 없는 성당이며, 구시가지를 굳이 갈 필요가 있을까. 아니지 아니야. 그래도 페니키아 제국부터 시작해서,이슬람제국의 영향이 남아있을 뿐만 아니라, 로마 제국 시절 그리스도교인에 대한 각종 박해의 유적이 남아있을만큼 유서깊은 곳이라고 하지 않나. 먹물 꽤나 들었다는 사람이 그래, 여기까지 와서 아무것도 안 보고 간다는게 말이되나.

고등학생의 진로탐색만큼 오래도록 고민되던 나의 여행컨셉 결정기는 일단, 가보지도 않았던 지도를 보면서 일단락 되었다. 공항에서 팔레르모로 가는 길에, 어차피 팔레르모에 가면 꼭 들르라던 몬델로(Mondello)해변이 있는게 아닌가. 그래, 일단 저녁 비행기로 들어가니까, 조금이라도 가까운 곳에 호텔을 잡으면 되겠지. 보아하니, 공항에서 몬델로까지는 3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고 했다. 택시만 타면 금방 같았다. 나는 그렇게 첫번째 호텔을 예약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