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감성 넘치는 소박한 시골의 해변
분명히, 가깝다고 그랬는데 운전하는 사람의 마음은 타들어갔다. 친구는 정말 긴장하고 있었다.
"계속 산 길인데?"
"뭐야, 운전하기 힘들지? 이거 거의 진부령 고개네."
"하아.이렇게 얼마나 가야 되나."
지도로는 1시간 반.
실제로는 2시간.
어찌보면, 시간적 측면에서는 크게 차이 없었다. 다만, 그 길은, 우리가 생각한 제주도 해안도로가 아니었기 때문에 문제였다.
가는 길 내내, 해안의 모습이 보이지 않은 것은 아니나, 극도로 긴장한 드라이버 옆의 운알못(?) 친구는 골백번 정도 외쳤다.
"서울 가면, 운전 연수 받을게."
산 비토 로 카포.
거길 가려고 한 이유는 하나였다.
시칠리아 사람들의 로컬 해수욕장이라는 사실.
몬델로 비치가 휴양지로서의 시칠리아를 상징하는 해변이라면, 산 비토 로 카포는 로컬 사람들이 주로 가는 해변이라고 했다. 이 말을 들은 이상 안 갈 수는 없었다. 정말 부산 사람들은 해운대에서 휴가를 보내지 않는다지 않는가. 그러니까 우리도 로컬 해수욕장을 가긴 가봐야했다.
하지만, 다녀오고 나니 알 것 같았다.
산 비토 로 카포는, 가기 힘들다.
일단, 대중교통이라고는 버스가 전부인 시칠리아에서, 산 비토 로카포까지 가는 버스는 없다.
그러면 로컬 라이드는 가능한가.
오 1시간 반 거리에 private taxi를 부른다면, 100유로는 내야 한다. 하지만, 가겠다는 사람은 잘 없을 것이다.
진부령 대관령 미시령 같은 길을 one-way 값만 받고 텅 빈차로 나와야 할텐데, 그럴 수는 없지.
렌트카를 빌리지 않은 관광객들이라면, 이 구간을 여행 일지에 넣을 재간이 없다.
그래서 로컬 사람들만 바글바글하다.
왜 올리브 제품 마다 'Made in Italy'인지를 증명이라도 하는 듯, 산 비탈길을 돌아설 때 마다, 앉은뱅이 올리브 나무들이 빼곡했다. 볕이 좋은 날, 싱그럽게 빛날 올리브 잎 사귀들은, 내 속도 모르고 미모를 뽐내며 지나갔다.
그 뿐인가.
와인 생산지의 한 축을 담당하는 이탈리아 농촌 답게 포도 나무도 그득했다. 나무 마다 한 무더기씩 드리워진 포도를 보니, 여기가 정말 이탈리아 같았다.
"저거 다 올리브 나무인가봐."
"하, 깡시골은 깡시골이다."
그러게. 우리는 한시간 넘는 시간 동안, 마을 다운 마을을 보지 못했다. 띄엄 띄엄 앉은뱅이 돌 집 몇 개와 올리브 밭이 있었고, 저기 어디쯤 그래도 4-50 가구는 모여살 것 같은 큰 입구는 보이지 않았다. 이 사람들은 이렇게 버스도 오지 않는 , 차선도 안 보이는, 오래된 2차선 도로를 보며, 저 돌산 너머 있을 그 어디쯤을 상상한 적은 있을까. '오지 농촌'의 그 어떤 구석을 지날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산길 덕에 답답해진 나는, 남 걱정 오지랖병이 돋아, 동네 사람들이 돌 산 너머의 삶을 궁금해해주길 바랬다. 다행히 우리의 목적지에 도착할 무렵이었다.
동네는 그래도 휴양지였다. 나즈막한 2층건물이 빼곡하게 들어선, 산 비토 로 카포 해변. 동네 시간으로 오후 3시쯤이었다. 우리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래도 해가쨍쨍, 나쁘지 않았다. 바로 해변으로 달려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