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버님이 내게 몸무게를 물었다.

by 니모

시아버님이 내게 몸무게를 물었다.


그 질문의 충격으로 그 때의 전후 맥락이 생생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대충 며느리 통통해졌다는 내용이 오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마 그 때의 난 얼굴이 붉어졌을거다. 그러나 시부모님 앞이니 그냥 웃으며 화제를 전환하려 애썼다.




나는 뼈말라까진 아니었지만, 20대까진 저체중이었다.


몸무게 미달로 헌혈을 못하기도 하고,

건강검진 때 내 가슴둘레를 보고 앞자리가 이런 숫자도 있냐며 사람들이 몰라기도 했다.

옷을 사러 가면 S사이즈 아니면 44사이즈였다.




그랬던 내가 지금은 과체중. 비만이 되었다.

눈 깜짝할 새 몸무게 앞자리가 두번 바뀌었다.

나는 체중계 위에 올라가는 습관이 없어서 내가 이렇게 살이 찐지도 몰랐다.



요즘 내 바지는 숨이 쉬어지지 않거나 소화불량을 초래한다.

그보다 더 예전에 입던 바지들은 지퍼와 단추를 잠글 수 없는, 어떤 옷들은 허벅지에 걸려 더 이상 올라가지 않는 정도에 이르렀다.

금방 살이 빠지겠지 생각하며 옷을 버리지도 못하고 움켜쥐고 있었다.

옷은 많지만 입을 수 있는 옷은 없는 상황이었다.


옷을 사러 가고 싶은 마음도 안들었다.

맘에 드는 옷은 내 체형에 안어울렸다.

피팅룸에서 옷을 입어보다 실패해서 한치수 더 큰 옷으로 바꿔서 입어보기 일쑤였다.



나잇살도 있고,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활동량이 준 탓도 있겠지만

복용 중인 정신건강의학과 약물 탓도 크다고 생각한다.



복용 중인 약물과 체중 증가의 연관성을 찾아보니 체중 증가를 유발할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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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약물 때문만은 아니란걸 안다.

하지만 억울하다.

폭식이나 과식을 잘 하지 않는데도 정신건강의학과를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 무럭무럭 몸이 커졌다.

그럼 조금은 약물 탓이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그렇게 그동안은 약 먹어서 살이 많이 쪘다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살을 빼야할텐데라는 생각만 하면서 살았다.



그런데 이제는 나 스스로에게 관대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것 같다.



살 때문에 스트레스를 점점 많이 받는다.

몸이 건강해지지 않는 느낌이 자주 든다.

살을 빼야겠다는 생각이 커졌다.


그런데 아직도 내 체중에 관대한 남편은 나에게 살 안쪘다고 맨날 거짓말을 했다.



이번 주말, 시댁에 가기로 한 날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나의 스트레스는 극에 달했다.

그래서 나는 홧김에 남편에게 비만치료제를 맞고 싶다고, 병원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내 의견을 항상 존중해주고 지지해주는 남편이 이것만큼은 단호하게 안된다고 했다.


남편은 연애 시절 내가 삭센다를 맞고 부작용에 시달렸던 걸 봤다.

그래서 그 때 남편에게 맹세했다.

다시는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약물을 투약, 주사하지 않겠다고.


물론 나도 그 맹세를 기억한다. 하지만 지금 상황이 매우 심각하고 중요하고 위급하다고 스스로 판단했기에 다시 주사를 떠올린 거였다.


남편은 내가 아픈게 싫다며 병원 가는 것 말고 같이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고 했다.


그렇게 한바탕 울고불고 이야기를 하며 식단부터 해보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이번 주말 내키지 않으면 시댁에 가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했다.


무슨 다이어트 얘기에 울고불고까지 하나 싶겠지만, 나는 그만큼 스트레스가 심했다. 어떤 방법이라도 찾아야겠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번 다이어트 소동이 일단락 된 뒤, 조용히 위고비와 마운자로에 대해 검색을 해봤다.


그리고 주사나 약물 도움 없이 한번 마음먹고 식단과 운동부터 해보자고 결심했다.


위고비와 마운자로의 비용이 내겐 금융치료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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