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눈과 얼음 사이로 노란색 꽃이 핀다. 얼음새꽃이라고도 부르는 복수초다.
복수초는 얼어붙은 땅을 뚫고 나오기 위해 스스로 열을 내 주변의 눈과 얼음을 녹인다.
따뜻한 봄이 올 때까지 움츠리고 기다리는 대신, 봄을 직접 만든다.
뿌리와 줄기에서 에너지를 연소시켜 스스로 열을 만들어내는 발열 작용으로,
주변보다 많게는 10도까지 온도를 높여 자신을 덮고 있는 눈과 얼음을 녹여낸다.
자신이 피어나기 위한 환경을 만듦과 동시에, 추위에 지친 곤충들에게 따뜻한 쉼터가 되어준다.
몸을 녹이려 복수초 품으로 모여든 곤충들은 그 대가로 꽃가루를 옮겨준다.
스스로 열을 만들어 낸 덕분에
꽁꽁 언 땅을 뚫고 나와 꽃을 피울 수 있고,
곤충들에게 따스한 쉼터가 되어줄 수 있고,
그 덕에 꽃가루를 옮길 수 있다.
복수초는 봄을 만들기 위해 나의 에너지를 태워 온기를 만든 것도 아니고,
추위에 지친 곤충들에게 따뜻한 쉼터가 되어주기 위해 온기를 만든 것도 아니다.
단지 자신을 위해서, 춥고 척박한 환경에서 꽃을 피워내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온기를 만든 것이다.
그 덕에 주변의 곤충들도 따뜻해질 수 있는 것이고,
그 덕에 내 꽃가루를 퍼뜨릴 수도 있는 것이다.
내가 따뜻해야 타인에게도 따뜻함을 전할 수 있다.
나는 성냥이었다.
나는 내가 불꽃을 피워 세상을 따뜻하게 밝힐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항상 얼마 가지 못하고 불꽃은 꺼졌다.
케이크 위에 불을 붙여 누군가의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주기도,
양초에 불을 붙여 어둠을 밝히는 빛이 되기도 했지만.
나는 불을 옮겨 붙이고 쉽게 꺼졌다.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했던 바보 같던 나는 검게 타들어간 성냥일 뿐이었다.
세상을 따뜻하게, 밝게 만들고 싶다면
나부터 따뜻해지고, 나부터 밝아지는 게 정답이었다.
내 안에 온기를 만들고 난 다음에야 타인에게 온기를 전할 수 있고,
따뜻해진 타인 덕에 내가 다시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위로해 준다는 명목으로 감정쓰레기통을 자처하지도 말고
타인을 위한 희생이라며 나를 갉아먹지도 말고
'나' 스스로가 먼저 행복해지는 삶을 살자.
그게 바로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두 행복해지는 유일한 방법이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