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강습 하루 만에 백기를 들다.

by 니모

뭔 바람이 불었는지 새해엔 수영을 다시 배워보겠다며 1월 수영 강습을 등록했다.

그리고 어딘가에 처박아두었던 수영복을 꺼내왔다.


그간 나는 살이 더 쪘다.

몇 년 전 입던 수영복이 안 맞을까 봐 걱정을 하고 있으니 남편이 예쁜 거로 새로 하나 사는 게 어떠냐고 했다.

그런데.. 과연 내가 수영을 얼마나 지속할지에 대해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없었기에 선뜻 수영복을 사지 못했다. 수영복이 안 맞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으로 며칠을 흘려보내다가, 강습 전날 밤에 부랴부랴 수영복을 입어봤다.


어머... 역시 몸이 더 커지긴 했구나.


수영복을 입는 게 쉽지 않았다. 수영복은 원래 타이트하게 입는 거라고는 하지만, 이건 타이트한 게 아니라 힘겹게 입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나는 수영 강습 가기 전에 집에서 수영복을 입고 가기로 했다.

첫날부터 수영장 샤워실에서 수영복이 작아 낑낑거리는 모습은 너무 창피스러울 것 같으니 아예 수영복을 집에서 입고 가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수영복을 입고 지난 금요일 수영 입문반 첫 수업에 다녀왔다.


수영장이 크지 않아서인지 수영 강습도 생각보다 다양하지 않았다.

입문반도 있었지만, 그래도 물에도 뜨고 커리큘럼상으로는 접영까지 진도를 나갔던 터라 입문반은 패스하고 초급반을 등록했다.

"초급반(자유형 가능자)"

내겐 자유형도 버겁긴 했지만... 입문반 다음이 바로 초급반이기에 내게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그래도 잘 따라갈 수 있겠지 하는 작은 희망을 품고 수영장에 몸을 담갔다.


그런데... 첫 시작부터 킥판 잡고 자유형 발차기를 하더니, 자유형을 하고, 그다음에는 배영 진도를 나갔다.

워터파크에 가면 물에 둥둥 떠있곤 해서 배영은 할 수 있겠지 싶었는데

오랜만에 물에 뜨려니, 그것도 선생님이 알려준 방법으로 하려니 온몸이 힘이 들어가고 계속 가라앉았다.

선생님은 연신 힘 빼라고, 엉덩이 들라고 외쳐댔지만, 내 몸은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아이고야. 결국 나는 수영장 물을 코로 입으로 많이도 먹었다.


나의 하찮은 자유형을 보면서 선생님이 물을 무서워하냐고 물었을 때, 무서워하는 건 아닌데 물이랑 친하진 않다고 했다. 그런데 첫 수업을 듣고 나니 물이 무서워졌다.

어찌 어지 50분 수업을 마치고, 선생님께 물었다.

'저 그냥 다시 입문반으로 가는 게 낫지 않을까요? 여기 있으면 못 따라가고 딜레이만 시켜서 폐만 끼칠 것 같아요...'

나의 고민 섞인 말에 선생님은 괜찮다고, 반을 바꾸는 것도 방법이긴 하겠지만, 하다 보면 잘 따라올 수 있을 거라고 얘기했다. 그러나 선생님의 격려에 다시 힘과 용기가 나는 듯싶다가 샤워를 마치며 결심했다. 입문반으로 변경할 수 있는지 물어보기로!


아침에 쭈뼛쭈뼛 첫 회원 등록하고 설명 듣고 했던 데스크 앞에 다시 섰다.

그리고 다시 쭈뼛쭈뼛 말을 꺼냈다. 입문반으로 변경할 수 있냐고.

그런데 입문반이 이미 정원 마감이라 반 변경은 어렵다고 했다.


띠로리.

그럼 할 수 없지. 다음 주 월요일에 다시 수영 강습 들으면서 해처 나가는 수밖에.



수영을 했다는 뿌듯함에 몸과 마음이 가벼웠다.

다시 운동이란 걸 시작한 내가 대견스럽기까지 했다.


그런데 그 긍정적인 느낌들은 오래가지 않았다.

저녁이 되자 온몸이 으슬으슬 몸살처럼 아팠다.

다시 감기기운이 심해진건가 싶었는데, 근육통이었다.

움직임이라고는 아예 없다가 수영을 했으니 근육통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 근육통은 근육통에서 끝나지 않았다.

다음 수영 강습에 대한 걱정과 불안을 낳았다.

근육통은 타이레놀 덕분인지 다음 날부터 멀쩡해지긴 했지만, '수영 안 갈래'는 점점 고조되었다.


나는 목디스크 때문인지, 앓고 있는 강직성척추염 때문인지 목에서 긴장을 풀지 못한다.

그런 상태로 물속에 들어가니 수영이 잘 될 리가.

근데 이런 긴장된 몸으로 수영을 할 생각을 하니 갑갑해졌다.

또 물을 먹겠지. 또 혼나겠지. 또 뒤처지겠지.

이 생각들이 점점 큰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어떻게 하면 물에 잘 뜰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목의 긴장을 풀 수 있을지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인터넷을 떠돌아다녔다.

유튜브를 보며 스트레칭을 따라 하고, 목디스크에 좋다는 목베개를 만들어 누웠다.


그렇게 어제 하루를 보내고, 오늘 아침 눈을 떴다.

그런데 정말 너무너무 수영 가기가 싫었다.

눈물도 찔끔 나올 만큼.


수영 가기 싫은 마음 반,

연초부터 이렇게 포기하고 싶지 않은 마음 반.

두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수영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수영장 앞 의자에 앉아 갈등을 마저 이어갔다.


내적 갈등 후, 나는 뚜벅뚜벅 데스크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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