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새해가 되면 한 해 동안 좇을 중요한 가치를 몇 개 꼽았다.
매번 등장하는 건강, 가족, 업과 더불어 몇 개의 가치를 일기장에 적으며 한 해를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다른 사람들은 어떤 가치를 추구하며 사나 궁금해서 자료를 찾아봤다.
2021년 미국의 퓨리서치센터가 17개국 성인 1만 9천 명에게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요소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17개국 중 14개 나라에서는 가족이 삶을 의미 있게 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답했다.
한국, 스페인, 대만 세 개의 나라만이 가족을 1순위로 꼽지 않았다.
스페인은 건강을, 대만은 사회를 1순위로 선택했다.
그런데 한국은 물질적 풍요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꼽았고, 그다음이 건강, 그리고 세 번째가 가족이었다.
물질적 풍요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꼽은 사람들에게 '돈 밖에 모르는 사람'이라고 뭐라고 할 수 있을까?
여기서 물질적 풍요는 명품을 플렉스 하거나, 엄청난 부자가 되는 것만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편안함, 안전, 주거환경과 고용 안정, 꾸준한 소득과 삶의 질 등 다양한 것을 내포하고 있는 '물질적 풍요'라고 한다.
맞다. 먹고살만한 수준의 물질적 풍요는 정말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한 때는 물질적 풍요가 최우선 가치였던 날들이 있었다.
어릴 적 가세가 기울면서 꼭 부자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어린 나이에 돈 때문에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생기고, 돈 때문에 불쌍한 상황들이 생겼다. 그래서 꼭 부자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하며 공부를 했었다.
사회에 나와 직장 생활을 할 때에도 돈 때문에 이직을 하기도 했다.
마음을 나누던 동기들을 두고 이직을 한다는 건, 연봉이 높은 만큼 높은 강도의 업무량이 기다리는 곳으로 이직을 한다는 건 그만큼 내게 물질적 풍요가 가장 중요한 가치였기 때문이다.
물질적 풍요, 돈은 인생에서 뗄레야 뗄 수 없는 중요한 가치임은 분명하다.
다만, 이제는 돈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있다는 것들을 깨지고, 부서지고, 아프면서 배웠다.
할머니와 이별하는 시간을 겪으며 가족의 소중함을 느꼈고,
우울과 공황으로 세상 밖으로 못 나가며 정신적 건강의 중요성을 배웠고,
희귀 난치성 질환을 앓으며 신체적 건강의 중요성을 느꼈다.
나를 옭아매던 끈들을 끊어 내고 나서야 자유로움을 느꼈고,
다시 웃음을 되찾아가며 재미의 가치를 알았다.
그래서 나는 내 인생의 중요한 가치로 건강, 가족, 자유, 재미, 여행, 업 이렇게 여섯 가지를 꼽는다.
물질적 풍요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Top 6에 들지 못했을 뿐이다.
이제 더 이상 나의 우선가치에 '돈'은 없다.
그렇다고 돈을 최우선 가치로 놓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이상한 잣대를 들이밀며 뭐라고 하고 싶지 않다.
다만 돈 말고도 삶에서 중요한 가치들이 분명 있다는 것들을 알려주고 싶다.
그 중요한 가치들이 어떠한 것들인지는 개개인마다 다르겠지만, 돈 말고 다른 가치들도 매우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꼭 말해주고 싶다.
돈 없는 가난한 삶도 살아보고, 건강 잃은 아픈 삶도 살아본 경험자로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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