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은 잘못 없다

1일 1드로잉, 뻥튀기

#119일차

*2021.11.12. 10분 글쓰기*

노력의 기쁨과 슬픔

노력.. 열심을 내려놓으면 자유롭고 행복하다는 식의 말과 하마터면 애쓸 뻔했다는 류의 책들이 나오고 있다. 선뜻 그런 책이나 글에 마음이 열리지 않는다. 금수저도 은수저도 아니라면 노력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먹고살 길을 마련하려면 사회가 요구하는 일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치열하게 노력하며 살아온 아버지의 인생을 지켜봤다. 노력이 배신당하는 것도 가까이서 봐왔다. 절박함을 노리고 열정 페이를 요구하는 얍삽한 사람들도 있었다. 우리 사회에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거의 사라졌다고 해서 노력이 가치 없어지는 건 아니다. 수많은 양육 서적은 칭찬의 효과를 부각하며 결과보다 과정을, 외모나 재능보다 노력과 태도, 마음가짐, 자세를 칭찬하라고 충고한다. 학교를 다닐 때는 노력 자체로 인정받지만 사회에 나오면 결과로 평가받는다. '노력하는 것'보다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업적주의를 향해 달려간다.  

사람들은 재능 있는 사람의 성공에 대해서는 환호하고 열광하지만 보통 사람의 노력에 대해서는 흥미나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과거 한 커뮤니티에서는 노력하며 열심히 살아가지만 성공하지 못한 사람을 비웃는 의미로 '노력충'이라고 불렀다. 노력은 아무리 애써도 미미한 결과만 가져오는 효율 떨어지고 평범한 행동으로 폄하되고 있다. 이쯤 되면 재능의 반대말이 노력 아닌가 싶다. 뛰어난 재주를 가진 영재를 판별하는 3가지 요소에 인지능력, 창의력, 과제 집착력이 있다. 소홀하게 여겨온 노력이 바로 과제 집착력이다. 뛰어난 천재도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끝까지 매달리는 노력을 기울인다. 반대로 노력에 노력을 더하면 하늘이 알아보고 재능을 뚝 떨어뜨려 줄지도 모른다.

첼로의 거장 파블로 카잘스는 아흔이 되어가는 나이에도 어제보다 오늘 더 나아진 것을 느끼기 때문에 매일 첼로 연습을 한다고 했다. 하물며 재능을 타고나지 않았다면 조금씩 꾸준한 노력은 정한 이치에 따르는 것이다. 좋은 사람이 되는 건 한꺼번에 이뤄지거나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악질적인 사람도 처음부터 나쁘게 타고나지 않았다. 조금씩 꾸준히 무너지고 서서히 타락해 구제불능의 상태에 이르렀을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저절로 되는 것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