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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윰 Jan 04. 2021

아이들에게 어떤 교사로 비춰지고 싶나요?

김현수 교수님과 함께하는 독서모임-파커.파머 가르침과 배움의 영성(1)

2021년에 읽은 첫 책은 파커파머의 <가르침과 배움의 영성>이다. 파커 파머의 첫 저작인 <역설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 다음에 나온 책이다. 1981년, 그가 마흔이 되었을 때 완성되었다. 현재 아흔이 되어가는 파머는 지금까지 10권의 책을 출판했는데 모두 스테디셀러다. 파커 파머는 내적 작업 inner work를 통해 연결이 끊어지고 지친 교사들이 내면 세계를 회복하고 새롭게 일어나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활동을 하고 있다.


유럽에 마르틴 부버가 있다면 미주에서는 토마스 머튼, 헨리 나우웬, 파커파머, 스캇펙이 계보를 이어가며 명상과 관상(본질의 직관) 활동으로 진리를 깨우치는 영적 운동을 하고있다. 퀘이커 기독교신자인 파머는 미국 펜들힐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다. 퀘이커교는 목회자 없는 교회를 꿈꾸며 위대한 평민, 신자들의 자율성과 높은 책무성을 강조하는 공동체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함석헌 신부님이 퀘이커교의 영향을 받았고 김교신 선생님과 함께 퀘이커교의 정신으로 풀무학교를 세웠다.  


라르쉬 공동체에서 봉사활동하며 영적인 글을 썼던 헨리 나우웬 신부처럼 토마스 머튼의 영향을 받았다. 이 책은 2년간 2주에 한 번씩 파머가 헨리 나우웬, 존 모가브가브를 만나 대화하고 영적인 교류를 나누며 성찰한 것을 엮어낸 것이다. 헨리 나우웬이 말하는 영성은 종교적인 것에 국한하지 않으며 내면세계를 들여다보고 그것을 무언가에 연결하고자 하는 마음의 힘을 의미한다. 파머는 가르침이란 연결됨의 역량을 발휘하는 것으로 교사는 관계의 망을 엮어내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안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것이다

출발은 트리니티프로젝트로 시작한다. 일본 나가사키, 히로시마 원자폭탄투하 직전에 미국에서는 최초의 원폭투하실험을 실행한다. 파머는 이 프로젝트를 기록한 "The day after Trinity" 다큐멘터리를 예로 들며 세계를 분석과 조작의 대상으로 다루는 앎의 방식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경고한다.  호기심(순수과학)과 지배력(응용과학)을 기원으로 하는 지식은 이기적인 "객관주의"에 치우쳤다. 자비(compassion)와 사랑이 지식의 기원이 될 때 깨어진 자아와 세계의 재구축과 연합이 이뤄진다. 삶을 왜곡시키는 희미한 지식, 지식을 대상화하여 세계를 통제하고 지배하는 것을 목적으로 삶는 앎의 방식에서 자연을 인격적 얼굴을 가진 존재로 보고 온전히 아는 앎의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수도원에서는 3가지 영성훈련을 통해 창조될 때의 본연의 형상을 재형성하고 회복하고자 하였다. 

-신성한 문헌연구

-기도와 관상훈련

-공동체의 공동생활

수도원의 영성훈련은 오늘날 학교에서 숨은 형태로 이어지고 있다. 

-독서, 교과지식

-조사분석, 실험연구, 논리적 사고 등 통찰과 직관 

-숨은 교육과정

교육이 전달해야 하는 메세지는 진리이다. 진리truth의 어원은 '언약'이다.

약속은 서로를 책임지고 서로의 관계를 신뢰한다는 맹세, 온 정성과 관심과 선의를 갖고 맺는 약속이다. 진리 안에서 안다는 것은 인식 주체가 인식 대상의 삶으로 들어가며 또한 그것이 우리 자신의 삶으로 들어오도록 허락하는 것이다. 진정한 앎은 인식 주체와 대상을 하나로 결합시킨다. 앎의 주체인 '자아'가 앎의 대상인 '세계'에 대한 우월성을 부여하는 것이 객관주의의 한계이다. 


좋은 교사란 학생들이 배움을 통해 세상과 연결되고 자신보다 더 큰 무엇과 연결되고 공동체 속에서 앎을 통해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다. 파커 파머는 끊임없이 말한다. 지금 가르치는 "당신은 누구인가?" 학생들이 선생님을 어떻게 무엇으로 기억하는지, 교사의 삶이 드러나는 것, 교육이 차갑게 분리되고 단절된 사실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교사 자신이 자기 사명에 대해 아이들 앞에서 언급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의 뇌구조는 생존과 직결되는 내용을 중요하게 다루기 때문에 객관적 지식은 쉽게 망각하지만 내러티브적 이야기는 기억에 오래남는다. 


우리나라 유학생이 외국에서 가장 힘들어하는 것이 자기 생각을 말하는 것이라고 한다. 학교에서 교사 일부는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꺼려한다. 서사적 자기(내러티브 셀프), 자서전적 자기진술, 자신의 삶이 담긴 이야기를 안하려는 교사들을 "거세된 교사"라고 부른다. 내 의견을 말하면 안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포스트트라우마에서도 중요하게 다루는 것이 연결성이다. 이 고난과 역경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의미를 찾고 추구해나갈 때 성장하고 트라우마를 회복하게 된다. 


선생님은 왜 가르치나요? 아이들에게 어떤 교사로 비춰지길 바라나요? 

코로나로 인해 더욱 힘겨웠던 지난해를 거쳐 새해를 맞이하며 나 자신에게 그리고 우리나라 교사들에게 묻고 싶은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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