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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윰 Dec 13. 2021

나는 지금...

1일 1드로잉, 자주 쓰는 어플

#150일차

나는 지금 이 시간을 잘 살고 있는 걸까?


올여름 엄마가 병원에 계실 때였다. 과제로 받은 글쓰기 주제를 조금 바꿔서 엄마에게 질문했다. 80세가 된 엄마가 지금의 엄마를 보면(엄마는 76세다) 뭐라고 할 것 같아요? 환자복을 입고 링거를 꽂고 있는 엄마는 곰곰이 생각하다 "오늘을 허투루 살지 않고 충실히 보냈냐고 물어볼 거 같아"라고 했다. 그럼 8살의 엄마가 지금 엄마에게 묻는다면? 엄마는 망설이다가 눈물을 터뜨리며 "똑같이 물어볼 거 같아.."


엄마는 울먹이면서 "너희들 키울 때 정말 하루하루만 보고 살았어. 이렇게 다 키우고 나니 내가 못해준 것만 생각나고.."


마취약 기운으로 금방 잠든 엄마의 침대 커튼을 쳐놓고 신촌 야경이 시원스럽게 펼쳐진 18층 병실 창밖을 보았다.  결혼 전부터 몸이 약했던 엄마는 결혼해서 아빠 일을 돕다가 건강이 안 좋아져 나중에는 집에서 살림만 하셨다. 급식이 없던 시절이었다. 이른 아침이면 고등학생 큰언니부터 초등학생 남동생까지 연년생 다섯 형제의 도시락 10개가 마루에 가득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엄마는 우리들의 감정 쓰레기통이었다. 모든 원망과 비난의 화살은 자본주의의 말단에서 발버둥 치는 부모님에게 꽂혔다. 참 못돼 처먹은 딸이 이제 참회하고 엄마의 병든 몸을 신경 쓰고 엄마의 마음을 이해해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엄마 덕분에 나는 지금 이 시간을 잘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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