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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윰 Dec 16. 2021

12월 달력

1일 1드로잉, 애플파이

#153일차

*2021.12.16. 10분 글쓰기*

달력


달력을 돈 주고 사본 적이 없다. 은행이나 출판사, 인쇄업체에서 무료로 나눠주는 달력 중에 눈에 덜 거슬리는 달력을 골라 써왔다. 홍보 달력은 보통 흰 바탕에 평일은 검정, 토요일은 파랑, 공휴일과 일요일은 빨간색 숫자로 쓰였다. 어렸을 때 달력에 쓰인 작은 글씨를 보고 왜 엉뚱한 숫자가 날짜 옆에 또 쓰여있나 궁금했었는데 알고 보니 24절기였다. 농경사회를 벗어난 지 한참인데도 달력에는 꼬박꼬박 24절기가 한자와 함께 날짜 옆에 음력으로 기입되어 있었다. 하단부에 은행명이나 업체 이름만 폰트를 달리해서 쓰인 것 말고 별반 다르지 않아 회사들이 구태의연한 관행으로 달력을 의뢰해왔던 것 같다.


홍보 달력도 변천사가 있다. A1 크기 대형 달력이 일률적이었는데 점차 사이즈가 다양해졌다. 유명 화가의 그림이나 풍경 사진을 크게 넣고 정작 달력은 작게 들어간 스타일이 유행하기도 했다. 대부분 벽걸이 달력이었는데 점차 탁상달력이 많아졌고 연말이면 여기저기서 주는 탁상달력이 쌓여 처치곤란인 적도 있었다. 요즘은 스마트폰 때문에 달력 찾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인지 홍보용으로 뿌리는 달력도 사라져 가고 벽걸이 달력은 더욱 귀해졌다.


세상이 다 변하고 나서야 학교가 마지막으로 변한다는 말이 있다. 연말연시면 여전히 홍보 달력이 한 두 개 교무실에 도착한다. 학교가 책자를 제작하거나 대량 인쇄를 맡기는 일이 종종 있다 보니 인쇄업체에서 보내주는 것이다. 지금 교실 달력도 인쇄소에서 받은 것으로 아랫부분의 업체 명을 오려내고 벽에 걸었다.


달력은 3칸으로 되어 있어 가운데 중앙은 12월, 위에는 지나온 11월, 아래는 앞으로 올 1월이 배치되어 있다. 12월이 11월과 1월보다 조금 크게 되어 있어 현재가 과거나 미래보다 중요하다는 걸 언제나 일러주는 듯하다. 얇고 기다란 달력은 1장만 남아있어 윗변의 쇳대 무게를 겨우 견디는 것처럼 보인다. 문을 열고 닫을 때마다 겨울바람에 이리저리 휘청휘청하는 12월을 보면 마음이 스산해진다. 그나마 옛 친구인 11월과 설렘을 주는 1월이 곁에 있어 다행이다.


오늘의 시를 읽으며 너무 무겁게 살지 말아야겠다 생각했다. 힘든 세상 잘 안 되는 일에 마음 상하지만 모든 일 미뤄두고 12월에는 숨 좀 돌리고 쉬어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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