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올 여름 마지막 냉면을 먹고 집에 오는 길에 떨어진 능소화를 주웠다.담장엔 짙은 초록 잎 사이로 복숭아빛, 옐로우빛 그라데이션이 예쁜 능소화가 하늘을 향해 고개를 꼿꼿이 들고 피어있었다.
꽃말은 명예, 장원급제한 사람이 쓰는 모자인 어사화에 꽂는 꽃도 능소화였다. 양반집 담벼락에도 심었다던 능소화(凌宵花). 업신여길 능, 하늘 소, 꽃 화
하늘하늘 여린 모습과 다르게 하늘 따위 감히 비교대상이 안된다는 엄청난 이름을 갖고 있었다. 이름을 알고 하루종일 웃었다. <제대로 된 혁명> 시가 떠올랐다. 혁명을 하려거든 재미로 하라. 심각하게 하지 말고 진지하게 하지 말고 그저 퉤! 하고 침 한번 뱉기 위해 하라고.
2학기가 시작되었다. 코로나 따위 신경도 안쓰고 아이들과 신나게 웃으며 지내고 싶다. 능소화처럼 코로나 따위 피식 웃어버리고 우리의 빛나는 삶을 기쁨으로 채워가자. 아이들아!우리 즐거운 일 찾아내서 어제를 뒤집는 오늘을 만들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