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일차
저녁으로 파스타 재료를 사러 나간 길에 풍선덩굴을 보았다.
문 닫은 가게 문에 드리워진 갈대발을 타고 연둣빛 풍등이 대롱대롱 탐스럽게 열렸다. 보기와 달리 뉴질랜드에서는 유통 금지된 유해식물로 분류된다.
꽃말은 어린 시절의 재미.
쉰한 번째 그림과 시 필사, 글이다.
호기심과 재미로 시작한 레이스에 시간이 갈수록 점점 잘하고 싶어 진다.
욕심을 내면 글이 무거워지고 진부해진다.
어찌어찌 잘 버텨도 큰 의미는 없다. 조금씩 풍선에 바람이 빠지듯 신선함이 떨어져 갈 것이다.
풍선을 한번 불기 시작하니 뽐내고 싶고 더 커지게 만들고 싶어 진다.
내 힘으로 그만둘 수 없게 되었다.
우연한 사건을 만나 터져서
넝마 조각이 되어 누더기 살점으로 흩어지게 되면 모를까.
누군가의 손톱에, 뾰족한 모서리에 찔리면 그만두고 한순간 사라질지 모르는 연약한 풍선 같은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