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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윰 Sep 06. 2021

1일1드로잉

#52일차

사람을 만나면 손을 보는 버릇이 있다.

생에 정직하게 매달렸는가?

손이 그 사람의 삶을 숨김없이 보여준다고 여겼다.

손이 거친 사람을 보면 호감이 생겼다. 궂은일 마다하지 않고

실천이 앎을 앞서거나 동행하는 사람, 입으로만 부르짖지 않고

삶으로 신념이 배어 나오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불툭불툭 튀어나온 정맥혈이 나무뿌리처럼 손을 꽉 움켜쥐고 있다. 병원에 누워 계신 아버지 손에서 87년 동안 뜨겁게 매달린 인생이 보이는 것 같다.

돈을 벌려면 값이 오를만한 곳에 목돈을 투자해 집을 샀다가 기다려서 팔아야 한다.

자고로 돈이 돈을 버는 것이지.

자기 몸을 녹여 노동하는 자는 간신히 생계유지나 가능할까.

시간이 가도 돈을 모을 수 없던 아버지는 무능하지 않았다.

아버지를 보고 자라며 저렇게 열심히 사는데 이렇게 허덕인다는 것은 분명 세상이 잘못된 거라고 믿었다.

아직 세상에 나가보지 않 학생 때부터 세상이 밉고 억울했다.

육체노동은 왜 언제나 정신노동보다 값어치가 떨어지는 것일까.

땀 흘려 일한 대가는 왜 항상 임대료를 내는 것조차 벅차게 부족할까.

매일 새벽에 집을 나가 자정을 넘길 때까지 오늘의 잠을 내일로 미루며 길에서 보내셨다.

아버지는 차갑고 야박한 노동현장에서 그 무엇으로도 구원받아본 적 없으면서 왜 나에게 글을 쓰라고 하실까.

내 글은 작은 것을 담기에도 빈약하고 보잘것없는데 속절없이 시간은 가고 아버지의 몸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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