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정문을 나서는데 사방이 어둑해져 화단의 꽃이나 잎들이 시커먼 복면을 쓴 것 마냥 보이지 않는다. 발걸음이 내뜻과 다르게 질질 끌리고 몸은 천근만근이다. 집에 오니 마른 명태가 눈에 띈다. 내가 그다지 좋은 세상 구경 못하고 미라가 된 명태 같다. 그리다 보니 영화 <에일리언>의 괴물처럼 보인다.
오늘은 "교육 회복"이라는 이름으로 갑툭튀 하달된 특별교부금이
내 마음을 아프게 한 날이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있다."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지만 이 상황에 비유하고 싶다. 어찌했든 오로지 아이들 생각만 하며 세 번을 참고(참을 인 세 번이면 살인을 면한다고 했다) "회복"을 하겠다고 계획을 세우고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자, 이제 운영하실 선생님을 모집하자!
줌 회의를 열었더니 작은 화면마다 선생님들이 다들 나처럼 눈이 반 감겨있으시다.
마스크 쓰고 내내 수업해보았는가.
말하고 숨 쉬는 사이 산소가 늘 부족하다. 머리가 띵하고 얼굴이 벌겋게 익는다.
오늘 내가 좋아하는 선배 선생님께 오해받았다. 선배님은 누구보다 아이들을 사랑하고 매일 늦게까지 남아서 열심히 수업을 준비하는 멋진 분이다.
나도 '아이들에게 학교에서 행복한 경험을 쌓게 도와서 장차 사회에 나가 냉담한 일을 겪었을 때 따뜻한 불씨로 마음을 지필 수 있도록 씨앗을 심어줘야지.' 하며 노력하는 교사라고 자부해왔다.
그런데 그 선배님이 내게 강권하는 거 아니냐고, 후배 교사가 거절할 수 있었겠냐고 물으실 때 겨우 남아있던 힘마저 몸에서 쭉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몸이 짝짝 찢어져 어느 가난하고 외로운 시인의 소주 안주가 되고 시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 허허허허 쯔쯔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