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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윰 Sep 12. 2021

1일1드로잉

도꼬마리 열매

#58일차

아이들과 과학수업시간 식물의 생활을 공부하고 있다. 강에 사는 식물, 사막에 사는 식물, 산에 사는 식물의 특징과 환경에 적응하는 모습을 살펴보는 내용이다. 앞으로 식물의 특징을 생활에 활용한 사례를 찾아보는 공부가 남았다. 도꼬마리 열매를 나눠주자 아이들의 눈동자가 커졌다. 바퀴벌레처럼 생겼다고 질색하던 아이들은 돋보기로 가시 끝이 갈고리처럼 휘어져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아이들이 하교한 뒤 교실 방역을 해주는 분이 책상을 소독하다가 아이가 두고 간 도꼬마리 열매를 보시곤 얼굴을 찌푸리셨다.

"선생님, 이거 뭐예요? 왜 여기 있어요?"  


아주머니는 반려견을 데리고 시골에 사는 지인의 집에 갔었다. 아주머니가 미나리밭에서 미나리를 뜯는 동안 개를 풀어놓고 마음껏 뛰어놀게 했다. 잠시 후 개의 온몸에 도꼬마리 열매가 달라붙어 일일이 떼어낼 수 없을 정도였다. 시골이라 주변에 동물병원도 없어 고생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열매를 동물 털에 붙여 멀리 이동해 번식력을 높이는 것이 바로 도꼬마리의 특징이다. 스위스의 전기기술자는 숲을 산책하다가 도꼬마리의 생김새를 관찰하고 이 점을 착안해 벨크로를 발명했다. 식물의 특징을 모방해서 아이디어 상품을 개발한 사례는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연꽃잎 표면은 작은 돌기로 되어 있어 방수 기능을 갖추고 있다. 이는 자동차 유리의 방수코팅, 방수되는 등산복 등에 활용된다. 자연에 전적으로 식량을 의존해 사는 인간은 생물을 모방하면서 삶의 편리 또한 취하고 있는데 의약품 분야에서도 자연 의존도가 높다.


아스피린은 버드나무에서 성분을 추출하고 엉겅퀴에서 간장질환 치료제를 얻으며 혈액순환제로 알려진 징코민은 은행잎에서 발견했다. 또한 열대식물, 버섯을 연구하며 에이즈, 항암치료제 개발이 활발할게 이뤄지고 있다. 선진국 대기업 제약회사가 모든 인류가 공유한 자연에서 물질을 얻어 약을 만들어 특허를 갖고 이익을 독점하는 것에 대해 불공평의 관점으로 비판해야 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선진국의 기술과 정보력을 갖고 열대지방이나 밀림의 식물에서 채취한 성분으로 약품 개발에 성공하면 그 이익을 제3세계에도 나눠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었다.  


도꼬마리는 감기나 비염, 축농증에 좋다고 한다. 학교 선생의 직업병은 목 통증이다. 성대결절은 흔한 질병이고 다리도 잘 붓는다. 도종환 시인의 <목감기>에서 선생의 직업병에 공감하다가 학생의 날카로운 질문에 기침을 핑계로 자신을 숨기게 되는 모습에 쓴웃음을 지었다. 제국주의와 식민지의 역사는 끝났지만 그 영향은 그대로 남아 제3세계 국경마다 분쟁이 일어나고 혼란스러운데 국제사회에서 정의는 뒷전이고 이익을 앞세우는 것이 현명한 외교, 탁월한 선택이 되었다. 미국 역사와 인디언 멸망을 배우는 교실 옆에서 인디언, 아프리카 노예, 알래스카 소수민족의 아픔이 담긴 아메리카 민요를 배우는 음악수업이 한창이다. 그런데 나라는 왜 가만히 있냐는 학생의 물음만 공허하게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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