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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윰 Oct 14. 2021

가난 단상

1일 1드로잉, 가난

#90일차

*2021.10.14. 10분 글쓰기*


가난

 

"가난"이 내 삶을 관통하며 만들어낸 에피소드가 많다. 나란 사람의 세계관과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가난"이 상당히 기여했다. 배경은 학교와 동네, 집이었고 등장인물은 선생님, 학급 친구들, 아버지, 어머니, 부모님의 지인들이었다. 초등학교를 들어가 대학을 나올 때까지 내 머리에 새겨진 자아상에 "가난"이 빠진 적이 없었다. 나이가 들수록 "가난"에 대한 인식은 빈도만 달라졌을 뿐 파급력은 여전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스스로 내가 먹을 것을 책임지면서 "가난"의 실타래를 끊을 수 있었다.  "가난"을 소재로 글을 쓰려고 하니 어떤 단어도 생각나지 않는다. 아무 거리낌 없이 솔직하게 "가난"을 터놓으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그것보다 영혼의 가난, 마음의 가난, 정신의 가난에 관심이 많아졌다. 현재 내 상태를 점검해 보면 "관계 가난"이라는 증상을 앓고 있음이 분명하다. 갖고 싶다는 마음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관계에 대한 목마름을 느끼지만 두려움도 크다. 제3세계 빈곤 국가의 가난은 안타깝고 도우려는 마음을 낼 수 있지만 우리 바깥의 일로 여겨진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문제가 되는 가난은 관계의 빈곤이라고 본다. 고독사로 임종을 맞는 4,50대 남자가 증가했다고 한다. 가족에게 연락이 닿아도 포기 각서를 쓰고 무연고 사망자로 처리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얼마 전 코로나19로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포기하는 2-30대 여성인구의 숫자가 늘었다는 기사도 보았다.  


당장 내 삶만 돌아봐도 물질의 가난으로 사람이 망가지지 않다. 언제나 가난에 대한 마음의 태도가 문제였다. 가난한 집에서도 가족이 똘똘 뭉치고 콩 한쪽도 나눠가지며 돈독한 가족애가 울타리가 된다면 무서울 게 없다. 불면의 밤을 보내다 찾아오는 환자 중에 백억 대 자산가, 여러 채를 소유한 건물주들이 있다는 정신과 의사의 이야기를 들었다. 돈이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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