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그동안 하고 싶었지만, 못했던 것들 혹은 새로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하고 있다.
신문 읽기
매일 경제 태블릿용 어플에서, 신문 형태로 볼 수 있는 '지면 보기' 메뉴가 있다.
금세 메인 기사가 바뀌고 수정될 수 있는 인터넷 기사가 아니라, 고심 끝에 선별되어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는 종이 신문을 보고 싶었다. 종이 신문을 구독하는 것도 찾아봤지만, 비용도 들고 종이 쓰레기가 생기는 것도 별로였다. 그러다가 sns에서 매일 경제 태블릿 어플을 활용하는 영상을 보게 됐다.
태블릿으로 보니까 확대도 마음대로 되고, 스크랩해서 노트 어플에 바로 저장하고, 그 옆에 내 생각을 쓰기도 하고, 더 찾아본 내용을 붙여 넣기도 할 수 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돌아가는 이야기를 알 수 있어서 재밌다. 왜 신문을 읽으라고 하는지 며칠 만에 바로 알 수 있었다.
어반 스케치
어릴 때부터 그림에 대한 소질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서 전시를 많이 보러 다니기 시작하면서, 그림을 한 번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만 한 게 몇 년이다. 어떤 분야의 그림을 그리고 싶은지가 명확히 없기도 했다. 퇴사 후 여행을 떠나고, 아름다운 풍경을 많이 보고 사진도 많이 찍었다. 그러다 문득 내가 본 이 아름다움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그리고 싶지 않다.
어반 스케치를 시작했다. 수업을 받아야 하나 고민하다가, 그렇게 돈을 썼다가 조금 하다가 나한테 안 맞는 걸 깨닫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반 스케치 기초를 알려주는 책과 드로잉 노트와 펜, 딱 세 가지만 샀다. 책 따라서 조금씩 배우고 있는데, 별 것도 아닌 것도 참 재밌다.
영어회화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외국어 공부를 하고 싶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한국어만으로도 충분히 어렵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여행을 좋아하지만, 굳이 영어를 잘하지 않아도 여행은 다 할 수 있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었다. 실제로도 해외여행을 그렇게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 오스트리아 여행을 하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다. 영어를 못해도 충분히 여행이 가능한 것은 맞지만, 뭔가 디테일이 부족한 게 아쉬웠다. 음식을 시킬 때는 메뉴에 뭐가 들어갔는지나 구성을 바꿀 수 있는지, 추천하는 메뉴들이 뭔지, 다른 메뉴는 없는지 물어보고 싶었다. 일일 버스 투어를 할 때는 가이드에게 어떻게 돌아다니는 게 더 효율적인지를 물어보고 싶었다. 기념품을 살 때 더 자세한 정보가 궁금했다. 내 사진을 찍어준 외국인들과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기도 했다.
영어를 할 줄 알면, 여행이 더 재밌을 것 같았다. 더 재밌는 해외여행을 위해서 영어 회화를 하고 싶어졌다. 역시 여러 가지 방법을 찾아보다가, 요즘 한창 유행하는 영어회화 어플로 시작했다. 일주일 무료 체험을 해보니, 쉽고 재밌게 잘 알려주고 매일 공부하는 양이 부담스럽지 않은 적당한 양이었다. 1년권 결제를 하고, 매일 재밌게 회화 공부 중이다.
책 읽기
학생 때는 일주일에 몇 권씩 책을 읽는 게 쉬웠다. 하지만 직장인이 되고 나서부터 책을 읽는다는 행위가 얼마나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것인지 알게 됐다. 작년 하반기부터 올해 초 퇴사할 때쯤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였다. 글이라는 것을 읽을 수 있는 에너지가 없었다.
퇴사 후, 여행을 길게 다녀오면서 푹 쉬고 나니까 에너지가 충전됐다. 심신이 평온해지면서 다시 글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다시 책이 재밌다. 챙겨 놓고 읽지 못했던 종이책과 전자책을 하나씩 야무지게 읽고 있다.
좋아하는 게 없다 보니, 재미도 없어진 시간들을 겪기도 했다.
이렇게 사는 게 재미가 없는 데, 왜 살아야 하지?
머릿속에 계속해서 떠오르는 생각을 떨치기 어려웠다.
좋아하는 게 많다면, 내 마음이 또 아파졌을 때 나를 구해줄 것이다.
언젠가 그것들 중 최소한 한 가지는 나를 다시 살게 하겠지.
원치 않았는데, 예상치 못한 때에 감기에 걸려 힘들어지는 것처럼, 또 내 마음에도 갑자기 감기가 찾아올 수도 있으니까.
그러니까 지금은 열심히 재밌는 것들을 최대한 많이 만들어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