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하지도 행복하지도 않은
퇴사 후 백수 생활을 한 지 2달이 넘어가고 있다.
백수가 가장 좋은 점은 뭘까?
늦잠을 잘 수 있는 것?
사람이 적은 평일 낮에 놀 수 있는 것?
여행을 길게 갈 수 있는 것?
바로,
지금 하고 싶은 일을, 지금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한 가지로 삶의 만족도가 굉장히 높아지는 걸 느꼈다.
배고프면 먹고 싶은 음식을 먹고,
책을 읽고 싶으면 읽고,
잠을 자고 싶으면 자고,
운동을 하고 싶으면 하고,
영화를 보고 싶으면 보고,
혼자 있고 싶으면 혼자 있을 수 있다.
현재, 지금, 나의 욕구를 채워주고, 나를 보살펴줄 수 있다.
이전의 나는 사실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이 별 거 아닌데, 별거처럼 나중으로 미루고 미뤄야 했다.
별 일 없이 지내는 요즘의 내 생활은 어제도 오늘도 비슷한 하루의 연속이다.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거나 얽매여있지 않아서 편하고 자유롭다. 하지만 내 마음속 한편에서는 이런 생활을 영원히 할 수 없고 다시 힘든 회사생활을 해야 하는다는 불안감이 자리 잡고 있다.
불행하지도 행복하지도 않은 그 중간 어디의 시간 속에서 고요하다.
그래서 참 좋다.
너무 불행하면 불행해서 힘들고, 너무 행복하면 되려 불안해하는 내겐
지금이 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