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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나 Jul 12. 2024

가끔은 나도 '개' 예민한 내가 버거워

이유 없이 감정이 소용돌이칠 때

나도 가끔은 ‘개’ 예민한 내가 버겁다. 


선풍기 바람은 내게 너무 가렵고 시끄럽다. 

그래도 더운 건 더 싫기 때문에 꾹꾹 참고 선풍기를 튼다.

잠시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이다. 


새로 산 브래지어에서 라벨을 어제 잘 떼어냈다고 생각했는데, 

무엇 하나 까끌까끌한 게 걸려서 하루종일 죽고 싶었다. 

선풍기 앞에서 라벨 부분을 다시 잘 쳐다본다. 

'아, 뭐 작은 플라스틱 실 하나가 남아 있네.'


눈썹칼을 가지고 와 단단한 실을 떼어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리고 속으로 비명을 끊임없이 질러댄다. 

손이 다치고 피가 철철 나는 상황이 끊임없이 머릿속에서 상상되기 때문이다. 

멈추고 싶지만, 다른 생각을 떠올리기가 어렵다. 


선풍기 바람은 계속 가렵다.

웅웅웅 끊임없이 시끄럽고,

머릿속은 잔인한 생각들로 온통 빨갛다.

'진짜, 도대체 어떻게 해야 이걸 떼어낼 수 있는 거야!'

정말 괴롭고, 너무 괴로워.

이러다 미쳐버리는 게 아닐까.


나는 서두르다 결국 속옷을 망가뜨리고 만다. 

별것 아닌 일상적인 순간에도 나는 참지 못하고

속옷을 집어던져버린 뒤 원인 모를 불안감에 소리를 내지른다.

눈물이 터지자 패배감에 빠진다.

'또, 무너져버렸구나.'


나는, 도대체 왜 이렇게나 예민한 것일까?

나에게도 이런 '개' 예민한 내가 너무 버겁다.




울음이 잦아드니,

내 등을 누군가 툭툭치고 간다.


혼자 이 난리를 치는 동안

조용하게 곁에서 지켜보다 등만 두드려 주고 가는 것이다. 


이럴 때 도와주겠다거나, 위로해 준다고 말로 뭐라도 내뱉으면

바로 상처받아 회복되지 않을 정도로 절망에 빠지는 것을 알기에,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방식으로 나를 배려한다. 


그렇게나 예민한 나라서,

나는 그 마음까지 바로 읽을 수 있다. 


잠시간 나는 혼자 시간을 갖는다.

어느 정도 지났을까.

나는 그에게 다가가 이제는 괜찮다고 말한다. 


그가 꼭 안아준다.

여전히 아무 말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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