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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naland Sep 13. 2021

날마다 구름 한점

단상


1.

근래에 한창 인스타그램 피드에 하늘 사진이 많이 보인다. 영화 <라라랜드>가 개봉한 이후, LA로 여행가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았다고 한다. 세바스탄과 미아가 로스앤젤레스가 한 눈에 보이는 언덕에서 함께 춤을 출 때, 보이던 보랏빛 하늘 덕분이었다. 컬러풀한 색감의 도시 모습과 함께 어우러진 하늘의 색감이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웠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요새는 유독 한국에서도 분홍빛 하늘이 눈에 띈다. 낮고 다양한 모습의 구름들이 하늘에 아이스크림처럼 쌓여 있는 모습이 목격된다. 해가 질 때면 하늘의 색이 마치 수채화로 물들인 것 처럼 부드러운 분홍빛으로 변한다.


그래서 나 또한 올해에는 하늘 사진을 많이 찍었다. 매일 똑같은 일상을 지루하게 이어가는 와중, 목격한 일상의 작은 변화는 삶의 활력소가 되어주기도 한다. 한 주에 월화수목 퇴근한 후, 요가 수업을 들으러 갔던 주였다. 평소에는 걸어갈 거리를 도저히 걸어갈 마음이 들지 않아서 버스를 탔는데, 신호등에 걸려있는 사이 마주한 하늘이 너무도 예뻤다. 신호가 바뀌기 전에 급하게 창문을 열고, 핸드폰을 꺼내 하늘 사진을 찍었다. 핸드폰을 내리고 잠시 주위를 둘러봤는데, 이게 웬걸. 나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핸드폰을 꺼내 하늘을 찍고 있었다. 바쁜 일상 속 잠시라도 감동을 느꼈던 것이 나 뿐은 아니었다는 사실이 많은 위안이 된 저녁이었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 핸드폰 속 담겼을 조금씩 다른 각도의 하늘 사진을 떠올리니 웃음이 절로 났다.


2.

날마다 다른 구름의 모습을 보며 이야기를 짓기도 했다. 어떤 날 발견한 하늘은 새로운 희망을 상징하는 것 같았는데, 또 어떤 날 발견한 하늘은 무책임한 지구인들을 엄벌하려는 것 같기도 했다. 매일 바뀌는 별자리와도 같아서, 아침마다 구름의 형상과 하늘을 보며 하루의 운을 점치기도 했다. 그만큼 다양한 하늘의 모습에 감동하며 지낸 것이 어언 두어달 된 것 같은데, 충격적인 뉴스를 접했다.


 유달리 많이 발견되는 요즈음의 구름이 지구가 온난화를 막기 위해 노력하는 자정 작용 중 하나라는 것이다. 극지연구소 박기태 박사 연구진과 국제 공동연구진은 지구온난화로 늘어난 북극의 미세조류가 구름 생성에 기여하면서 지구로 들어오는 태양 에너지를 차단하고 있는 과정을 최초로 확인했다고 한다. 구름이 단순히 지구에 비를 뿌리는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지구로 오는 태양광선을 막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지구 온난화로 인한 변화를 직접 목격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여 심란한 마음이 든다.


3.

구름 사진 찍는 것이 취미가 된 이후, 종종 구름 사진을 찾아보기도 했다. 내가 본 것과 같은 구름을 우연히 마주했을 때는 반가웠고, 또 정말 신의 경고와 같이 불길한 느낌의 구름을 보기도 했다. 보다보니 구름의 종류와 그에 따른 이름이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새로운 단체를 발견했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 추종자들에 맞서는 구름 추적자들의 모임이었다. ‘푸른하늘주의’의 진부함을 퇴치하기 위해 ‘구름감상협회’를 설립했다고 한다. 이런 협회가 존재한다는 사실도 너무 충격적이었는데, 심지어 이 협회는 120개국에서 5만 3천 명 이상의 회원을 두고 있다고 한다. 구름감상협회가 엄선한 하늘 사진은 책 <날마다 구름 한 점>이라는 책을 구입하여 감상할 수 있다.


내가 가장 많이 찍은 구름의 이름은 ‘적운’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적운은 경계도 가장 명확하고 형태도 가장 분명하기 때문에 상상력을 자극한다고 한다. 3차원으로 쌓여 있는 이 수분 덩어리에서 나 또한 익숙한 무언가를 많이 발견했다. 강아지와 고양이 같은 동물의 모습을 닮은 형태를 가장 많이 봤고, 그 다음은 사람의 움직이는 모션을 닮은 형태를 자주 봤다. 그리고 어제 봤던 하늘의 구름은 ‘틈새충상고적운’이라는 사실 또한 알 수 있었다. 이는 대류권 중간 높이에 생기는 덩어리 모양의 구름이라고 하는데, 하늘에 넓게 펼쳐져 있다. 단어가 좀 딱딱해 보이는데 ‘하늘에 넓게 펼쳐진, 예쁘게 피어오른 구름 덩어리’라는 의미라고 한다. 좋아하는 것들이 늘어난다는 것은 행운이다. 평범한 나의 일상이 좀더 소중해지는 순간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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