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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naland Sep 04. 2023

내가 보는 나

본인탐구일지2

삼십 여년을 ‘나’로 살아 왔는데, 여전히 나는 ‘나’에 대해서 잘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유는 나라는 사람이 계속해서 바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내 스스로를 오해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내가 하는 생각이나 가치관 등은 아마도 수도 없이 요동치며 변하고 있지만, 직접 눈으로 들여다 볼 수 없다. 특히나 내가 지닌 욕망이 정말로 나의 욕망인지, 혹은 주변인들의 욕망을 투사하여 욕망하고 있는지의 경계는 언제나 모호하기만 하다. 과거에 썼던 글이나 만들었던 영상이 남아 있다면, 겨우 생각의 변화를 느낄 수 있지만 그 또한 운이 좋은 경우에서나 남아 있을 뿐이다. 몇 되지 않는 기록들 또한 그 당시의 나의 생각을 오롯이 담아냈는지는 미지수다.    

생각뿐 아니라 몸도 마찬가지다. 운동을 못해서 체육시간을 싫어했다. 제일 싫어했던 종목은 이어달리기와 단체 기합이었다. 나의 실수로 인해 우리 반이, 나의 팀이 연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실이 버거웠다. 못한다고 생각해서 안했다. 그런데 막상, 내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운동을 시작해 보니 나는 생각보다 운동을 좋아했다. 순발력이 필요한 종목은 떨어지지만, 지구력은 좋았다. 10분만 달려도 숨찼는데 어느새 30분을 달리고 있는 내 몸을 발견했다. 그럼에도 내가 그리 오랜 시간 운동 자체를 시도하지 않았던 것은 나 자신의 능력치를 오해해왔기 때문이다.    


내가 직접 나에 대해 알아 가기 보다는, 타인의 평가에 의존해왔던 것은 아닐까. 글을 잘 쓴다는 선생님의 칭찬, 백일장에 나가 받아오는 상장. 글을 잘 쓴다는 평가를 받았기에 나는 글쓰기를 잘하기 위해 노력했다. 누군가의 평가가 긍정적인 영향만을 끼친 것은 아니다. 남들이 나에게 붙인 부정적인 꼬리표에는 지나치게 움츠려들었다. 나보다 나를 더 아는 타인이 있을 수 없음에도 말이다. 남들의 시선에 권위를 내어줬던 것은 나 자신이었다.    


내 스스로의 욕구를 알아가기 전에 멈춰 왔다. 그리고 남들은 이 순간에 어떤 욕망을 느끼는지 알고자 했다. “나 지금 이런 일이 있었는데, 기분 나쁜거 이상한거야?” 라는 화법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은 최근에 깨달았다.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감정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보다는, 이 감정을 느껴도 되는지 안 되는지를 스스로 검열해온 것이다.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상대방에 대해 알아가려고 노력하는 것만큼, 나 자신에 대해서도 알아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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