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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naland Aug 28. 2023

올해의 버킷리스트를 돌아보며

오랜만에 새해 목표를 다시금 들여다보았다. 3분기를 지나고 있는 마당에 과연 나의 목표는 어느 정도 달성되었을 것인가. 매년 설레는 마음으로 적어 내려간 버킷리스트들은 항상 엇비슷하다. 적힌 연도를 보지 못한다면 어느 해의 목표인지 구분하지 못할 만큼 말이다. 그러한 통일성은 나라는 인간이 작년에도 올해도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의지를 다지고 있다는 면에서 긍정적이다. 작년에는 락스타가 되고 싶어 하다가 올해는 다이버가 되고 싶어 한다거나 하면 아무래도 좀 곤란하니까! 다소 지켜지지 않더라도 어떤 하나의 선 위에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은 나에게 플러스 요인으로 느껴진다.


나의 목표를 통해 유추해 보는 나라는 인간이 추구하는 인간형을 간략히 요약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책을 많이 읽고, 글을 꾸준히 쓰며, 생활 체육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사람들과의 관계를 잘 이어나가는 것. 이를 달성했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미션과도 같은 목표를 세분화해 두었을 뿐이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목표는 정말 10년이 넘게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목표이고, 운동을 꾸준히 하고 사람들과의 관계 유지를 위한 목표는 전자에 비해서는 다소 근래인 3~4년 사이에 중요도가 올라간 목표이다.


책 80권 이상 읽기의 진척도는 이상 없고, 글쓰기 목표는 아 너무 추상적이라 이거 참 다음번에는 좀 더 명확하게 목표를 써야 할 것 같다. 아쉬탕가 마이솔 수련하기는 이미 달성했고, 하프 마라톤 완주는 아무래도 못할 것 같지만, 마라톤 대회 4회 나가기는 달성할 것 같고. 지인들 생일 챙기기와 가족, 친구들과의 국내외 여행은 달성하고 있고, 지리산 종주와 야외 요가 등은 시도했고. 또 뭐가 있더라. 적어둔 버킷리스트를 보다 보니 남은 한 해 동안 내가 해야 할 것들이 눈에 보이는 것만 같다. 그러다 그중에서 발견한 목표가 ‘행복 저금통’이다.


행복 저금통,,, 이 뭐였더라? 부연설명 없이 다섯 글자만 딱 적혀 있어서 의아한 마음에 곰곰이 생각하다 보니 그 당시에 어떤 인터넷 게시글에서 본 방법을 적어두었던 것이었다. 돼지저금통에 동전을 모으듯이 행복한 기억을 종이에 적어 저금통에 모으는 것을 ‘행복 저금통’이라고 명명했다. 작성자는 자신이 우울할 때 가끔씩 동전 빼내듯 종이를 꺼내 읽다 보면 그때의 기억을 되살리며 행복해진다고 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행복을 가시화해서 모아두는 방식이라니! 심지어 낭만적이기까지 했다. 너무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해서 목표에 적어두고는 그대로 8개월 동안 잊어버린 것이다.


이를 어쩌지…? 이제 와서 시작하려니 이미 지나가버린 즐거웠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내가  기억들을  복기할  있을까? 이미 휘발되어 버린 기억들은 어떻게 하지? 진작 한번 돌아볼  하는 후회와 이제부터라도 시작해야지 하는 다짐을 반복하며 잠깐 딴짓을 하기 위해 핸드폰을 들고 보는데, 어랍쇼? 아니 잠시만,  휴대폰 사진첩을 행복저금통이라고 해도 될까요? 스크롤을 올리며 눈여겨보기 시작한 나의 사진첩은 그야말로 행복 저금통이었다.  어느  보다 행복한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아 찍어둔 사진들을 넘겨보다 보니 그때의 들뜬 감정이 여실히 느껴진다.  


더 많은 순간들을 글로 사진으로 기억할 수 있을만한 어떠한 형태로 부지런히 남겨보리라 다짐하면서, 우울할 때면 사진첩을 한번 넘겨보리라! 버킷리스트 진척률은 이상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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