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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naland Aug 20. 2023

물속에서 한 바퀴 돌면서 드는 생각

수영 ‘플립턴’을 익히며


운동을 한다는 것은 몸을 사용하는 법을 배우는 일과 같다. 내 몸이지만 항상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 주는 것은 아니라는 자명한 사실을 나는 운동을 시작한 후에야 겨우 깨달을 수 있었다. 물론 평소에도 어느 정도는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이제 곧 도착할 버스를 타기 위해 전력질주를 해본다거나 엘리베이터의 고장으로 인해 계단을 이용한다거나 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우리 신체의 한계를 확인하게 된다. 하지만 주로 신호등의 초록불이 깜빡이면 다음 신호를 기다리는 걸 선택한다거나 하는 방식으로 조금만 우회하고자 한다면 우리는 언제든지 손쉽게 신체의 한계를 직면하는 상황을 피해 갈 수 있는 법이다.


걷고, 앉고, 눕는 일에는 일가견이 있지만 그 외에 몸이 할 수 있는 동작이 이렇게 많고 다양하다는 사실을 나는 운동을 배우면서 비로소 알게 되었다. 내 몸은, 요가를 하기 전까지는 전혀 상상도 못 했지만! 정수리와 팔만 바닥에 대고서도 온몸을 들어 올릴 수 있었다. 인간이 직립보행을 시작한 이후로 누가 처음 팔로 몸을 들어 올리려고 과연 시도했던 걸까. 이렇게 연습하다 보면 언젠가는 팔로 몸을 들어 올린 채 걸어 다닐 수 있을지도 모른다. 눈앞에서 온갖 동작을 수월하게 해내는 수련자들의 모습을 보고 있다 보면, 그들이 혹시 나와는 다른 인간 종은 아닐지 의심하게 되는 지경이 이른다.


그래서 새로운 운동을 시작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우리는 어느 정도 아이가 된다. 그 종목이 무엇이 되었든 선천적으로 유리한 신체를 갖추고 있든 말든 말이다. 요새는 수영 강습을 다니고 있는데, 어릴 때부터 배워왔던 운동임에도 여전히 새로운 동작을 접할 때면 머뭇거리게 된다. 수영을 할 수 있다고 했을 때 말하는 네 가지 영법- 자유형, 배형, 평형, 접영-을 익히고 나면 어떤 수업을 듣게 되는 걸까 궁금했는데, 네 가지 영법을 어느 정도 구사하게 되었음에도 강습의 길에는 끝이 없었다. 지금은 턴과 스타트 동작을 배우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물속에서 한 바퀴 돌아 턴을 하는 ‘플립턴’을 익히기 위해 부지런히 연습 중에 있다.


말로는 간단하다. 레인의 끝에 다다렀을 때 턱을 당기고, 속도를 유지한 상태에서 앞구르기를 하고 발로 벽을 밀어 다시 반대 방향으로 나아가면 된다. 강사님 말로는 아이들에게는 플립턴을 따로 가르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새로운 동작에 대한 두려움이 없으면 누구나 자유자재로 익힐 수 있는 동작이라고 한다. 그런데, 나에게는 그 쉽다는 동작이 너무도 어렵다! 한 바퀴 돌고 나면 내 몸은 240도 정도 회전한 후에 나아갈 방향을 잡지 못하고 허둥지둥 대다 겨우 균형을 잡고 나아간다. 제 몸 하나 건사하지 못하고 버둥대는 느낌이 다소 낯선데, 싫지만은 않은 느낌이다. 배우면서는 얼마든지 허둥대도 괜찮음을 알기에, 운동을 하면서는 누구나 아이처럼 행동하게 되니까. 그리고 계속된 연습을 통해 몸으로 익혔던 수많은 동작들을 기억하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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