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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naland Feb 20. 2023

당신은 평범한 사람인가요?

본인탐구일지 2: 카렐 차페크의 “평범한 인생”을 읽고

2023년 올 새해 처음 읽은 책은 카렐 차페크의 ‘평범한 인생’이다. 한 해에 대해 가장 큰 희망을 품고 있을 때, 읽게 된 책이 ‘평범한 인생’이라니! 앞으로 내가 살게 될 삶에 대한 프롤로그인가 싶은 마음으로 책을 펼쳤는데, 담고 있는 내용은 사뭇 예상과 달랐다.


철도 공무원으로 평생을 근무하고 은퇴한 ‘나’는 의사에게 본인이 곧 죽게 된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누군가에게 큰 인상을 남기지 못한 채 살아온 ‘나’의 삶은 평범하기 그지없다. 한때는 시인이 되기를 꿈꿨지만 철도 공무원이 되어 평생을 살아왔고, 그 누구에게도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정원을 가꾸는 소소한 일상을 꾸려가고 있다. 시한부로서 인생의 끝을 맞이하며 ‘나’는 자신이 살아온 삶을 기록으로 남기기로 한다.  


 ‘나의 삶에서는 비일상적이고 극적인 일은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설명하는 ‘나’의 성장기록 속에서 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공감하며 그의 삶을 이해하게 될 지음, 이상한 목소리가 등장한다. 목소리는 묻는다. 지금까지 쓰인 것들이 ‘진실’이냐고 말이다. ‘나’의 또 다른 자아가 발현된 순간이다. 평범한 자아, 낭만주의자 자아, 우울한 자아 등 그의 내면에 존재하던 다양한 자아들은 각자의 시각에서 ‘나’의 삶을 재구성하기 시작한다. (네가 정말 아내를 사랑했다고?! 아니, 너는 출세를 위해서 아내를 이용했던 거야! 등등)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다던 노래 가사처럼, 실제로 한 인간의 정체성을 하나 만으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나의 내면에 또한 현실에 순응하는 게으른 자아도 존재하고, 대책 없이 용감하게 지르는 데 최선을 다하는 자아도 존재하고, 타인에게 유난히 친절하고 다정한 자아도 존재하며, 또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옹졸한 자아도 물론 존재한다. 매 순간, 글을 쓰는 지금도 나는 내가 지키고 싶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하루에도 불쑥불쑥 고개를 드는 수많은 목소리와 싸우며 나를 만들어 간다. 그렇기에 책의 제목과 같이 평범하기만 한 인생은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개개인의 삶은 다채로운 자아들의 목소리가 담겨있기에.


그렇기에 휴머니즘을 이야기는 체코 작가 카렐 차페크는 나 자신의 다양한 모습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나라는 개인을 그저 ‘평범한 인물’로 퉁 칠 것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이 품고 있는 복잡한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한다고 말이다. 내가 나의 마음조차 제대로 파악하고 이해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과연 타인이라는 존재를 이해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


“ 네가 누구든 나는 너를 알아본다. 우리 각자가 어떤 다른 가능성을 살기 때문에 우리는 똑같은 사람들이다. 네가 누구든 너는 나의 무수히 많은 자아다. 네가 악인이든 선인이든, 그건 내 속에도 있는 거야. 내가 너를 미워하더라도 난 네가 나의 아주 가까운 사람이라는 걸 잊지 않는다. 나는 내 이웃을 나 자신처럼 사랑하리라. 그의 멍에를 느끼고, 그의 고통에 함께 아파하고, 그에게 닥친 부당함에 대해 함께 괴로워하리라. 내가 그와 가까워지면 질수록 나는 더 많은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나는 이기주의자들을 배척할 것인데, 내가 이기주의자이기 때문이다. 아픈 사람을 돌볼 것인데, 내가 병자이기 때문이다. 성당 문가에 서 있는 거지를 그냥 지나치지 않을 것인데, 내가 그와 마찬가지로 가난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만큼의 나이다.” (P.239)


살면서 마주한 수많은 사람들을 떠올려 본다. 언뜻보면 그들은 나와 그 어떤 공통점도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그들의 모습에서 나를 찾을 수 있다면, 그런다면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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