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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naland Feb 12. 2023

당신은 꾸준한 사람인가요?

본인탐구일지: 꾸준함에 대하여

사람을 만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실망하게 되는 순간이 찾아오기도 한다. 이는 타인뿐 아니라 나 자신에게 또한 마찬가지인데, 이제는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충분히 알고 있다 싶다가도 의외인 부분은 어김없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부주의함으로 일으키는 온갖 실수에서부터,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발생하는 미숙한 감정 다툼 등을 마주하며 기대와 실망을 반복한다. ‘내가 그럴 리가 없다고!’와 ‘내가 또 그렇지’의 사이 어딘가에서 말이다.


그중 스스로 가장 첨예하게 지켜보는 나 자신의 자질은 ‘꾸준함’이다. 다방면에 관심이 많아 벌인 일들은 많은데, 그에 비해 끝까지 마무리해 거둔 성과가 부족한 것 같다는 자기 평가로 인해 그 어떤 자질보다 꼼꼼히 뜯어보게 된다. 취미만 하더라도 스쿠버 다이빙, 스윙 댄스, 유튜브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좌표를 남겨 왔다. 과연 이 다양한 좌표들을 언젠가는 하나의 선으로 이어지게 만들 수 있을 것인가 고민하게 된다. 하나만 계속했다면 준전문가의 위치로 들어섰을지도 모를 일인데!라고 통탄하며 말이다.  


그래서 1년 남짓 아쉬탕가 요가를 배우다, 작년에 크로스핏이라는 운동을 시작하면서 내심 아쉬운 마음이 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영원히 할 운동을 찾았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또다시 질리고 만 것인가. 꾸준함의 신은 결국 나를 외면하고 말았고, 신의 가호를 받지 못해 이번에도 역시나 다른 운동에 눈을 팔게 되었구나. 팀을 이뤄 매일 바뀌는 와드를 수행하는 크로스핏은 오롯이 혼자일 수밖에 없는 요가 수련과는 또 다른 즐거움이 있었고, 나는 주 5일 올출을 기록하며 일 년간 크로스피터가 되어갔다.


살면서 처음으로 해본 역도와 철봉 동작들을 통해 탄탄한 등근육과 광배근이 이제야 겨우 자리를 잡기 시작했을 즈음, 다시금 스멀스멀 요가에 대한 애정이 샘솟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23년 1월, 나는 다시 한번 아쉬탕가 요가원에 등록하게 된다. 아쉬탕가 요가를 해본 적이 있냐는 선생님의 질문에 꾸준히 수련해 왔다고 답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자책감과 함께 시작한 1년 만의 요가 수업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유연성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코어 근육으로 인해, 안되던 동작들 -두 팔과 다리를 나란히 뻗고 복근으로 버티는 나바아사나, 어깨로 바닥을 밀어내며 코어로 중심을 잡는 살람바시르사아사나(머리서기) 등-을 거짓말처럼 완성해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나는 요기니로서 꾸준히 요가 수련을 행하는 것에는 실패하고 말았지만, 그럼에도 크로스핏을 하며 득한 근육은 요가 자세를 완성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그렇다면 나는 나의 꾸준함을 어느 정도 인정해 줄 수 있을 것인가. 이번만큼은 채찍질보다는 보다 관대한 마음으로 나 자신의 변화를 조금은 더 지켜봐 줄 여유를 지니게 되기를, 그래서 23년 아쉬탕가 프라이머리 시리즈 수련을 완수해 나가기를, 나아가 서로 다른 삶의 족적들이 이어지는 순간을 부지런히 만들어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꾸준한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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