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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naland Apr 17. 2023

미제

프란츠 카프카를 오래도록 존경해왔다. 20 여름, 유럽 배낭여행을 갔다가 그의 생가에 방문했다. 안내원은 그가 낮에는 보험공사에서 일을 하고, 밤에는 글을 썼다고 말했다. 자신의 일을 밥벌이(brotberuf, 브루트베루트)라고 부르던 그는 성실히 일했다. 그리고 글을  오늘날 대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그가 중간에 문학을 포기하지 않을  있었던 원동력은 스스로 자신의 밥벌이를 해내는 자의 자부심이었을지도 모른다고, 나는 생각했다.


나의 이런 오해는 어느 정도 사실이었을 것이다. 그는 일을 함으로써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고, 실제로 남는 시간에 계속 글을 써나갈 수 있으니까. 다소 에너지와 시간이 부족하더라도 말이다. 퇴근을 하고 집에서 낮잠을 자고 난 후에 그는 아침까지 계속 글을 썼다고 한다. 불면증을 앓고 있던 그가 밥벌이와 창작 활동을 병행해 나간 방식이었다. 밥벌이 덕분에 그는 꾸준히 글을 썼고, 현재 우리가 읽고 있는 수많은 단편들을 남겼다.


내가 그에 대한 오해를 하게 된 까닭은 어느 정도 그의 삶과 나의 삶을 동일시했기 때문이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꾸준히 창작 활동을 이어갔다는 사실만으로도 그의 삶은 나에게 희망이 되어 주었다. 그래,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일을 하고 남은 시간에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나는 꾸준히 카프카를 떠올렸다. 죽은 이를 떠올리는 것으로 그의 영혼을 나눠갖을 수 있다면, 세상의 수많은 창작자들과 카프카의 영혼으로 이어져 있을 수 있다고 나는 상상했다. 누군가는 아버지의 억압 속에서도 글을 쓴 카프카를, 누군가는 불면증을 앓으면서도 글을 쓴 카프카를 기억하며 외롭지 않게 존재할 수 있다고 말이다.


그에게 위로를 얻은 시간이 꽤 길었기에 그의 삶에 대해 좀 더 알게 되었을 때는 서글픈 마음이었다. 그가 자신의 더블잡 상태를 ‘기동 군사훈련’이라 칭했다는 사실을 최근에 알게 됐다. 불면증 환자였던 그는 41세에 폐결핵으로 세상을 떠났으며, 그는 한 편의 장편소설도 완성하지 못했다는 사실도 말이다. 만약 그가 밥벌이를 하지 않아도 되었다면 그는 그 시간에 더 많은 창작 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미완성으로 남아버린 그의 장편 소설들에 담기지 못한 내용들이 무엇일지 영원히 알 수 없다는 사실은 마음 아프다.


아침까지 글을 쓰다 한숨도 자지 못한 채 출근하기 위해 집을 나서는 카프카의 모습을 떠올려 본다. 언젠가 그는 알지 못하는 먼 미래에 그의 글을 읽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그에게 위로가 될 수 있을까. 그리고 내일의 밥벌이 이후에 나는 또 만족할 만한 글을 써내려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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