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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naland May 01. 2023

일주일을 가꿔나가는 법

일요일 밤, 나는 다음주 월요일에 내가 무엇을 하고 있을 지 알 수 없다. 그 주의 미래는 희뿌옇다. 월요일 저녁에는 내가 회사에 있게 될까, 혹은 밀린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아니면 보고픈 누군가를 만나 근사한 저녁을 먹게 될까. 평일 9-6로 정해진 근무시간표가 없기에 항상 궁금해 하는 마음으로 나의 미래를 기다린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 주의 내 모습은 불투명할 뿐이고 나는 하릴없이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매주 월요일 오후, 그 다음 주의 일정이 도착하기 까지를.


월요일 오후가 되면 누구보다 분주해진다. 어쩌면 일주일 중에 제일 설레는 시간일 지도 모른다. 일정을 한 주의 일정을 확인하고 나서 제일 처음에 하는 일은 핸드폰에 일정을 저장하는 일이다. 월요일부터 일요일 사이에 점으로 존재하는 업무들을 저장하며 내 한 주의 모습을 그려 본다. 월요일에는 늦잠을 자도 괜찮겠군, 화요일 밤에는 퇴근이 늦어질 테니 다른 일정은 잡지 말아야 겠다, 다음주에 요가는 수요일에 꼭 가야지. 친구와의 약속은 금요일 저녁이 좋을 거 같은데. 회사의 일정은 회색으로 캘린더에 저장해 두는데, 다 저장하고 나서 본 주간캘린더는 온통 회색빛으로 삭막하고 빽빽하다.


그러면 그때부터 진짜 일정 짜기가 시작된다. 지금까지의 일정은 타의적으로 회사에서 받아서 채워진 일정이라면, 이제부터가 내가 원하는 나의 일상을 채워갈 시간이다. 꽃꽃이를 하듯 신중히 고심해서 시간을 매만져 본다. 주로 고려되는 여가 시간은 친구들과의 약속, 가족과의 시간, 그리고 각종 문화 생활과 체력 단련 시간 등이 있다. 시기에 따라 한 쪽의 비중이 올라가기도 하지만,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는 밸런스 유지를 위해 고심을 거듭한다. 영화관 상영 시간표를 쭉 확인하고, 의무 독서와 취미 독서 리스트를 뽑아두고, 운동 수업 시간표를 확인하고. 사실 기껏 짠 일정이 어그러져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 그러면 빈 시간을 또 다른 무엇으로 채울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는 뜻이니까.


4월의 마지막 주말은 친척 결혼식과 출근 일정으로 인해 양일 가득 찬 줄 알았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또 빈틈이 보인다. 하루는 운동을 해야할 텐데, 이왕이면 누군가와 함께 뛰는 마라톤에 나가는 게 좋지 않을까 하여 마라톤을 신청해본다. 신청하고 보니 좀 빡센거 아닌가 취소할까 싶기도 하지만, 뛰고나면 만족할 걸 아니까 그대로 나두게 된다. 비가 잔뜩 내리고 갠 하늘은 4월에 본 하늘 중 가장 맑은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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