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inaland May 08. 2023

해봐야 아는 것이 있다

호기심은 무언가를 시작하게 만들어주는 강한 동력이다. 내가 보는  자신은 호기심이 많고, 가끔 매우 충동적이다. 그리고 그렇게 충동적으로 행동할 때면 의외로 실행력이 매우 높아졌다.


격투기에 대해서는 일말의 관심도 없던 내가 킥복싱을 시작한 것도 시작은 그저 호기심이었다. 권투 글러브를 끼면 멋있을 거 같은데? 그리고 실제로 시작하고 나서도 아주 멋있다고 생각했다.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양 손에 핸드랩을 감는 장면은 링 위에 올라가기 전에 투지를 다지는 하나의 의식과도 같이 느껴졌다. 거울을 혼자 본 상태에서 허공에 대고 섀도잉 복싱을 하는 내 모습을 마주하는 것은 다소 용기가 필요하긴 했지만 만이다.


주먹을 다섯배는 커 보이게 만드는 권투 글러브도 내게는 호기심의 대상이었는데, 정말로 글러브를 끼고 나면 그 무엇을 치더라도 아프지 않았다. 글러브를 끼고 있는 주먹은 정말 전혀 아프지 않다. 쿡신한 쿠션감의 도움으로 아무리 세게 치더라도 충격이 느껴지지 않는다. 통증이 느껴지는 부위는 반동으로 꾸준히 타격을 받는 팔꿈치나 손목같은 관절 부위이다. 할 수 있는 동작의 범위를 늘려 가면서 열심히 쳤다.


재작년에 처음 시작한 클라이밍을 시작한 계기도 호기심의 지분이 높다. 벽 한가득 알록달록한 색상의 홀드들이 붙어 있는 모습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어떤 홀드는 손으로 잡는 것 조차 어려워 보였는데, 사람들은 곡예를 하는 것 처럼 우아하게 홀드 사이를 넘나 들었다. 전완근의 힘을 좀 더 길러야 할 것 같긴 하지만 나도 저들처럼 벽에 오래 붙어 있을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영상을 통해 본 사람들의 움직임은 중력을 거스르고 있는 듯 해 보였다.


막상 시작하고 나니 손에 닿는 홀드들을 모두 활용하여 벽에서 오래 돌아다니는 것이 클라이밍의 목적은 아니었다. 다양한 색들의 홀드는 그저 심미적인 목적을 위해 제작된 것이 아니었고, 일종의 기능을 다하기 위해 존재했다. 각각의 색마다 단계를 의미하고 있었고, 같은 색상의 홀드만을 이용해 탑에 도달해야 했다. 쉬운 난이도의 홀드부터 차례대로 단계를 깨 나가며 실력을 키우다 보면, 몸의 반동과 코어 힘을 이용해야 하는 고난이도 동작을 필요로 하는 단계까지 나타나게 된다.


오월의 연휴를 맞이하면서 오랜 호기심의 대상이었던 두 운동을 다시 한번 접해보았다. 동네 체육관 체험과 클라이밍장 일일 이용권을 통해. 킥복싱의 타격감은 여전히 상쾌하고, 내가 낼 수 있는 힘이 어느 정도 늘어날 수 있을지 여전히 궁금하다. 그에 반해 클라이밍은 의외로 무서웠다. 높은 곳에 올라있을 때면 다리가 후들후들 떨린다. 그동안은 두려움을 호기심이 앞서 인지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신기할 뿐이다.


이렇게 오랜 시간을 들여 해봐야 겨우 알아나가는 내 모습이 있다.   


 

작가의 이전글 일주일을 가꿔나가는 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