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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naland May 22. 2023

따라하면서 남은 것들

나는 사실  따라한다. 좋아하는 사람들이 언급한 책이나 영화는  찾아 보게 된다. 특히나 좋은 쪽으로 감명깊었다고 말하는 순간 나의 리스트에 추가된다. 그렇게 숙제하듯 영화를 보고 책을 보고 나서 다시 이야기하는 순간을 매우 좋아한다. 내가 지나치듯 말한 콘텐츠들을 누군가가 봤다고 말했을 때의 신나는 마음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운동을 열심히 하는 친구의 피드를 보고나면 당장 운동하러 가고 싶다는 의욕이 샘솟는다. 이전보다 훨씬 발전한 누군가의 페이스를 목도하고 나면 더이상 망설일 여지가 없다. 지금, 내가 누워만 있을 때인가!


그런데 아쉬운 점은 시간이 한정적이라는 것이다. 이번주의 나는 영화관에서 세 편의 영화를 보고, 다섯 번 수영장에 출석 도장을 찍었고, 두번 달렸다. <토리와 로키타>는 다르덴 형제 감독이 뻔한 소재를 뻔하지 않게 다뤘다는 한 마디에 예매할 수 밖에 없었고, <드림 팰리스>는 학교 선배가 감독한 작품으로 가편본을 인상깊게 봤다는 동기의 말에 심지어 무대인사 티켓이 있다니 참석할 수 밖에 없었고! <클로즈>는 함께 보기로 했던 작품이라 볼 수 밖에 없었다….. 수영을 하고 달리기를 하는 것은 ‘나 자신의 침묵의 시간을 확보한다는 것으로 나의 정신 위생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 작업’이라는 하루키의 말을 읽고 말았으니 그저 힘없이 레인을 달릴 수 밖에!


최근에는 루소를 따라하려고 애쓰고 있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를 인상깊게 읽고 난 후인데, 그에 의하면 건강한 감정은 자기 편애가 아닌 자기 사랑에서 온다고 그는 말한다. 전자는 사회에서, 후자는 인간 본성에서 비롯되는데, 그는 예시를 다음과 같이 든다. 공연장에서 노래부를 때의 기쁨과 샤워실에서 노래할 때의 기쁨을 비교하는 것이다. 루소는 후자의 감정이 타인이나 사회의 시선과는 관련 없는 ‘진실한 기쁨’이며 그 기쁨이야 말로 비로소 자신만의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나에게는 어떤 기쁨이 나만의 건강한 감정이 될 수 있을 것인가? 내가 읽고 보고 움직이고 했던 일들은 정말 나 자신만의 것을 위한 것이었나!


이번 주의 나를 다시 한번 되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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