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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naland Jul 31. 2023

4인 가족 패키지여행 가이드

가족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4 가족 여행의 이번 가이드는 나이다.


내가 좋아하는 여행 방식이 모두에게 선호되는 방식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때는 언제였을까. 남들이 다 밤기차를 타고 떠나는 여행에 로망을 지니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 때는. 어릴 때 부모님과 떠났던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지 않았던 여행은 패키지 여행이었다. 매일 도돌이표처럼 등교와 하교로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기껏 떠났는데도, 나의 하루가 정해져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반대로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는 강원도 산길에서 S자로 구불거리며 자동차를 타고 집으로 오고 있었다. 한치앞도 보이지 않는 그곳에서 엄마는 지도를 보고, 나는 하릴없이 창밖을 봤다. 어쩔 수 없이 우리는 하루 더 묶어야 했다. 서울에 도착했을 수도 있는 이 밤이, 이곳에서 하루 더 이어지다니. 어린 나에게는 마치 마법과도 같았다. 평범하게 집에 도착해 잠을 잤을 수도 있는 하루가 예측불가능한 선물같은 하루로 남았다. 엄마아빠가 두런두런 나누던 대화소리, 끝날 것 같지 않던 그날 밤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그런데, 가족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지금 어느 순간 나는 패키지를 갈구하고 있다 (…) 개개인의 특성과 선호도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패키지의 특색없이 짜여진 코스, 모두의 니즈를 적당히 건드려주기 급급한 일정에 대해 줄곧 비판적인 입장이었던 나였는데 말이다. 그치만 살다보면 이해하기 힘든 모습으로 굴러가는 세상의 단면에도 어느정도 입장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고, 패키지 여행의 존재 또한 나한테 그렇게 다가왔다. 그 패키지를 선택해온 사람들에게는 모두 너무나 당연하지만 이유가 있었다…!


기껏 가족여행을 계획하고, 가이드 역할을 자처하게 되며 짠 첫번째 여행지 후보 일정은 대차게 거절당했다. 사실 가족들이 거절하기 전에 관련 여행 카페에 미리 글을 올렸는데 그곳에서도 걱정 일색이었다. 우선 접근성이 떨어졌다. 도착하기 위해서는 고산지대의 구불구불한 산길을 약 6시간 밤버스를 타고 가거나 밤 10시에 출발하는 밤기차를 타야 했다.(하지만 오리엔탈 열차같은 고풍스러운 낭만이 있었다고 나는 주장한다.) ‘60대 부모님에게는 힘든 일정’, ‘계단이 어마어마하다’라는 댓글들이 앞다투어 나를 만류했다.


뭐 그럼 별 수 있나, 다른 여행지를 찾아봐야지. 여행지 선정, 비행기 일정부터 호텔 예약까지 4인 가족의 니즈를 꼼꼼히 살핀 가족 여행 패키지를 이번 기회에 기획하고 있다. 시작부터 삐그덕거리는 이 여행이 성공하기 위해서, 이미 다녀온 수많은 사람들의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한 패키지 여행을 기반으로 조금씩 수정과 변경을 반복하고 있다. 여행 첫날에는 행복한 가족 여행을 위한 십계명을 프린트해 가는 것으로 첫 일정을 시작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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