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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naland Oct 01. 2023

우리는 오늘도 누군가를 오해하고

영화 <북스마트>를 보고 나서

영화 <북스마트>를 보았다. 명문대 입학을 목표로 공부에 매진해 온 두 단짝 친구는 합격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매일 노는데만 진심인 한심한 학급 동료와는 달리  자신들의 앞에 펼쳐질 장밋빛 미래를 꿈 꾸며 졸업식을 하루 앞둔 이 둘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놀 거 다 놀던 반 친구들이 사실은 그들과 같은 명문대에 입학할 예정이라는 사실! 이 둘은 정말 말 그대로 공부만 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억울하다!!!!라고 외치며 고등학생으로서 마지막을 누구보다 끝장나게 보내기로 각오한 이들의 밤은 물론 뜨거웠고, 친구들의 진면목을 알아 간다.


주인공들의 여정을 지켜보며 나는 절로 나의 학창 시절을 떠올렸다. 함께 한 시절을 견뎠던 같은 반 친구들에 대한 납작한 오해들. 나 또한 곁에 있는 누군가를 어느 정도 무시해 왔다. 야자시간에 땡땡이치고 영화 보러 가는 친구들 이사실은 너무도 부럽지만 흥, 아니야 저렇게 생각없이 행동하면 대학도 못 가고 한심하게 살게 될 거야. 노력대비 효율이 낮은 거 같지만(…) 독서실에 가는 나에게 펼쳐질 찬란한 내일이…!!!


이는 주로 나의 결핍과 관련되어 있었고, 이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그 시절의 나에게 무시는 아주 훌륭한 방어 수단이 되어 주었다. 공부하지 않고 시끄럽게 떠들며 분위기를 흐리는 저 친구들을 한심한 친구들이라고 마음대로 단정 지어 버리면 더 이상 그들이 노는 모습이 부럽지 않으니까.


이러한 오해는 어디서나 쉽게 지속되었다. 어떤 순간에는 나 자신을 합리화하고 보호하기 위해서이기도 했고, 어떤 순간에는 누군가를 이해하려고 노력할 만큼의 에너지가 없어서 이기도 했다. 어쩌면 누군가를 판단하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 거의 불가능하다. 우리는 우리 자신도 쉽게 단정 짓기도 하니까.


나는 나 자신이 무척 창의적인 편이고 항상 도전적이라고 생각해 왔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렇듯 나라는 인간 또한 입체적인 인간이고 언제나 그렇게 행동하지는 않았다. 새롭게 도전하기보다는 안주하고자 하는 마음, 책임지기보다 도망가고 싶어 하는 마음, 그 마음들도 내 안에 있었고 그 괴리를 처음 자각했을 때는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이게 진짜 나라고? 근데 이걸 어쩌나, 이게 진짜 나였다.


나 자신과 타인의 복잡성을 이해하면서 우리는 오늘도 살아간다. 빈곤한 상상력과 부족한 에너지로 누군가를 오해하고 말면서. 이번에도 또, 오해하고 말았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는 늦지 않았으니 다시 열심히 상상하고, 노력한다면 우리는 되돌릴 수 있을 것이다. 오해하고 이해하면서 내일을 만들어 나가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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